[현대차 파업] ‘하루 900억 손실’ 협력중기는 ‘허망’… 2차 협력사는 부도 위기

입력 2016-09-29 10:48수정 2016-09-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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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부품협력사 공장가동률 70% 하회… 2차 업체 “월급도 못줄 판”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 세 번째부터)이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장, 이영 여성벤처협회장 등과 함께 2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차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 중소기업중앙회)

“다 죽자는 얘기지요.” 자동차부품업체가 밀집한 부산지역의 현대자동차 1차 부품 협력업체 A사는 최근 현대차 파업으로 인해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의 기준인 70%를 밑돌면서 손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만 월 매출 50억 원을 거뒀던 A사는 현대차의 부분 파업으로 지난달에만 5억 원의 손실액을 기록했다. 회사는 전면 파업이 진행된 9월의 경우 전달보다 두 배가량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파업이 더 장기화하면 버티기 힘들어요.” A사 대표는 늘어나는 손실에 각종 고정비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허탈할 뿐이라며 마른 침을 삼켰다.

2차 협력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같은 부산에 위치한 2차 협력업체 B사는 최근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통상 2차 협력업체들은 원재료를 받아 가공하는 업체들이 많다. 그러나 현대차 파업으로 작업이 수차례 중단되면서 전체 비용 지출의 25%를 차지하는 인건비ㆍ관리비 부담마저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B사는 가까스로 생산한 제품을 1차 협력업체에 납품, 선급금을 받으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현대차 파업으로 1차 협력업체들도 손실액이 불어나고 있는 형국에서 2차 협력업체를 위한 선급금은 현실상 쉽지 않았던 탓이다.

오린태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부산지역 부품 협력업체 사장들을 만나면 다 죽겠다고 아우성”이라며 “고임금을 받는 현대차 노조가 당위성 없는 파업으로 중소 협력업체들까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양보의 미덕이 필요한 시점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단체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간담회를 하고, 현대차 ‘불매 운동’까지 언급한 것도 이 같은 현장의 절박함 때문이다. 중소기업단체들이 특정 대기업 노조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파업으로 중소기업계가 파탄이 날 수 있다는 위기감 앞에서는 거리낄 일은 아니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계의 2014년 기준 평균 연봉은 9234만 원, 최근 5년간 인건비 상승률은 6.6%다. 일본 도요타의 평균 연봉이 8351만 원, 인건비 상승률이 -6.6%임을 고려하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 당위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지적이다.

타 업종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이날 간담회에서 장성숙 한국염료안료공업협동조합 이사장(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국내에서 제조 중소기업 대부분은 대기업 그늘에 있는데, 단번에 휘청거릴 수 있다”며 “현대차 노조 파업은 우리 중소기업들에는 밤잠을 못 이루게 하고, 오금이 저리게 하는 행위”라고 단언했다.

이용성 한국벤처캐피털협회장도 “원청업체인 대기업의 파업으로 생존권이 불투명한데, 이들이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겠냐”면서 “1ㆍ2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산업계가 미진한 투자를 보이는 것은 바로 파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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