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 생산량 감축에 합의한 가운데, 28일(현지시간) 알제 회동 직전까지 감산 동참을 거부했던 이란이 태도를 바꾼 속내에 관심이 집중된다.
OPEC 14개 회원국은 28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원유 생산량을 하루 3250만~3300만 배럴로 최대 75만 배럴 가까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OPEC이 감산하는 것은 금융 위기 발발 당시인 2008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 본부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정식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회의 전까지만 해도 회원국간 이해 상충으로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만큼 이날 결과는 의외라는 평가다. 특히 회동 직전까지 감산에 부정적이었던 이란의 태도가 돌변한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에너지장관은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하루 400만 배럴 이상의 산유량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생산량을 동결할 의향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시장에서는 OPEC의 이번 회동에 대한 기대도 시들, 국제유가도 크게 떨어졌었다.
그러나 잔가네 이란 에너지장관은 28일 회동 후 기자 회견에서 “오늘 OPEC에서 이례적인 결정이 이뤄졌다”며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란에 크게 양보를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핵협상 타결로 지난 1월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후 이란은 증산을 계속할 방침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제 제재 기간에 자국산 원유 수출이 줄어든만큼을 사우디가 증산하고 있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사우디는 이런 이란의 고집을 꺾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번 결정에 따른 감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떠안기로 했을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란이 원유 생산량 감축에 동의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여기다 현재 저유가 기조에 따른 회원국의 상황도 사우디와 이란이 갈등 상황을 일단 접어두는 데에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이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신호라고 전했다. 양국은 2014년부터 석유 정책에서 대립해왔고, 시리아와 예멘 내전에서도 다른 세력을 지원하며 첨예한 대립 관계를 유지했다. 올 1월에는 사우디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 등 테러용의자 47명을 처형하면서 외교관계 단절로까지 비화하기도 했다.
다만 이란이 이번에 산유량 감산에 동의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아직 각 회원국의 생산 수준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란이 스스로 제재 이전의 생산 수준을 회복할 의향이 없다고 말해야 안심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