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이야기] 화폐에는 왜 초상화를 넣을까

입력 2016-09-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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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 대표 인물 상징적 표현…품위와 신뢰 높이고 친근감 줘

오늘날 화폐는 법적으로 가치가 부여된 돈으로서의 고유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시각예술품으로서도 한몫을 하고 있다.

화폐 역사상 초기에 발행된 지폐의 도안은 매우 조잡했다. 당시에는 화폐 도안의 사회적ㆍ예술적 측면보다는 기능적 측면을 더 강조했다. 지폐 면에 발행자의 서명, 소지인에게 금·은화를 지급한다는 문언, 액면금액을 나타내는 문자와 숫자만이 표시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19세기 중반부터는 화폐 도안을 시각적인 조형성과 실용성이 강조된 현대적 감각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특히 디자인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화폐를 하나의 예술창작물로 인식해 화폐 디자이너와 조각가의 사인을 화폐에 넣어주기도 했다.

화폐 도안의 소재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 동식물, 문화유산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중 화폐 앞면에는 주로 정치가, 학자, 예술가 등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위인들의 인물 초상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폐에는 세종대왕ㆍ율곡 이이ㆍ퇴계 이황ㆍ신사임당의 초상이, 미국 달러화에는 워싱턴ㆍ링컨 등 역대 대통령의 초상이, 영국 파운드화의 앞면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이, 중국 위안화에는 마오쩌둥의 초상이 들어 있다.

이처럼 인물 초상이 화폐 도안의 소재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물 초상은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대내외에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또 화폐에 사용된 인물의 위엄과 훌륭한 업적이 화폐의 품위와 신뢰를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쉽게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친근감이 있다.

아울러 위조지폐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건물이나 풍경은 사람의 눈으로 사소한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의 얼굴은 평소 무의식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만 생겨도 금방 이를 알아챌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도안들보다 인물화를 그대로 베끼는 것이 훨씬 더 힘들기 때문에 이런 관행이 정착됐다고 한다.

이처럼 인물 초상을 담기로 했으면 이제는 어느 인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화폐 도안으로 적합한 인물은 업적과 품성이 위대해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며, 충분한 역사적 검증을 거쳐 논란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세종대왕과 조지 워싱턴, 마오쩌둥 등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화폐에 새겨진 인물이다. 이처럼 대부분 국가에서는 화폐 도안으로 국가를 상징하는 지도자나 위인들을 새겨 넣고 있다.

하지만 유럽을 위시한 몇몇 국가에서는 화폐를 하나의 예술창작물로 인식하고 예술인의 초상을 화폐에 넣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로화로 통일되기 전 프랑스는 작가 생텍쥐페리, 음악가 드뷔시, 에펠탑을 만든 건축가 에펠 등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 건축가들을 앞면의 소재로 사용했다. 독일 역시 문학가, 수학자, 예술인 등을 도안 인물로 채택했다. 스위스 프랑화는 지금도 앞면 소재를 모두 시인, 화가, 작곡가 등 문화예술인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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