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명물 산 미구엘 시장… 가게당 年매출 30억 달해
노동인구 고령화에 수입산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우리 농업은 지금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다. 대안으로 나온 것이 기존의 1·2·3차 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 산업화다. 특히 재래시장의 현대화는 6차 산업의 과제 중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처럼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에 위치한 스페인을 지난 5일(현지시간) 찾았다.
세계 최고 프로축구팀의 연고지 마드리드. 우리나라에서는 예능 방송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이 나가면서 바르셀로나와 함께 주요 관광지로 급부상한 곳이다. 실제 이날도 마드리드 시내를 관광하는 한국인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도심 한복판 마요르 광장 옆에 위치한 산 미구엘 시장(Mercado de San Miguel)은 인근의 레알마드리드 구장과 더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 지역의 주요 수입원이다. 전통적인 재래시장이 상인들과 지역의 노력을 통해 명소로 거듭난 우수 개발 사례로 꼽힌다.
중세시대부터 있던 시장 자리에 1910년대 지붕을 씌웠고, 2000년대 들어와 투명한 유리벽으로 감싸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시장 입구에서 보니 각 나라에서 온 해외 관광객들이 건물 안팎으로 가득 들어차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1200㎡(363평) 규모의 실내는 40여개 가게로 구성돼 과일과 야채, 육류와 해산물 등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한다.
그러나 이곳은 장을 보는 마트라기보다 즉석에서 음식과 문화를 즐기는 푸드코트에 가까웠다. 통로 곳곳에 자리를 마련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간단한 요리(타파스)와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게마다 특색 있는 메뉴의 향이 풍겨와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다. 여러 음식을 맛보고 원재료도 사가니 가게와 손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구조다. 파에야와 하몽 등 전통적인 음식이나 구운 생선 요리와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베고니아 우비에르나 시장 총괄이사는 “단순히 물건을 사려면 백화점에 가도 되겠지만, 정부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우리 시장의 경쟁력은 스페인의 문화를 파는 것”이라며 “이곳에서 스페인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가장 좋은 품질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오부터 자정까지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것도 장점”이라며 “연간 400만 명 규모의 방문객이 찾는다. 구성 비율은 스페인 내국인 60%, 외국인 4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매출액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손님 1인당 평균 25~30유로를 지출한다”고 귀띔했다. 연간 방문객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어림잡아 연간 1억~1억2000만 유로라는 매출이 나온다. 우리 돈으로 1250억~15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가게 한 곳당 연간 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매일 1만 명이 넘는 손님이 찾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다 보니 입점을 희망하는 상인이 줄을 섰다는 전언이다. 이곳을 벤치마킹해 시장을 차린 곳도 마드리드 내 4곳을 포함해 스페인 전역에 10곳이 있다고 한다. 운영은 사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나뉜다.
생활 식재료 위주의 우리 재래시장과 문화체험 중심의 이곳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각 지방의 농축수산물을 팔아 지역민을 윤택하게 만드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싱싱한 식재료와 맛있는 요리 냄새,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산 미구엘 시장을 둘러보니 서울 서촌의 통인시장이 연상됐다. 시장 안쪽 길을 따라 다양한 먹거리를 구경하고 도시락에 채우는 재미가 있어, 내국인은 물론 중국인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농축수산식품을 지역별 문화와 접목해 경쟁력 있는 6차 산업으로 키우는 일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이투데이ㆍ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