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을 앞둔 농민들이 풍년에도 한숨을 쉬고 있다. 쌀 재고량이 200만여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소비량 감소와 수입이 겹쳐 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생종 벼의 농협 종합미곡처리장(RPC) 쌀 수매 선지급금은 40㎏ 기준 3만5000원으로 지난해 수매가보다 2만 원가량 떨어졌다.
3년 연속 자연재해가 없고 9월 일조량이 좋아 대풍이 들면서 쌀 생산량은 연간 400만 톤을 웃돌았다. 쌀 생산량이 늘면서 쌀 재고량은 200만여 톤(정부 175만 톤, 농협RPC 33만8000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2㎏씩 줄어 지난해 63㎏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국제무역기구(WTO) 내국민대우 원칙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의 80∼90%를 차지하는 밥쌀용 쌀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밥쌀용 쌀 수입을 전체 수입량(41만 톤)의 30%로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사라지면서 밥쌀용 쌀 수입량이 12만3000톤에서 6만 톤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다.
이효신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쌀값 통계를 보면 현재 쌀값은 199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물가상승률 등을 적용하면 오히려 대폭 하락한 셈이다. 국내 조생종 벼는 전체 생산량의 16%에 불과한데 중만생종 벼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쌀값은 더 폭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쌀값 폭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연재해나 쌀 소비량 감소 등은 인위적인 정책으로 해결이 어렵다. 밥쌀용 쌀 수입을 줄이고, 농민에게 피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