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와 부동산 긴축 정책을 다시 들고 나올 것이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성장과 자금흐름의 불균형에 대응한 정책조합 전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주택부문에 집중된 불균형한 성장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는 등 직접적인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과 2014년 대규모 주택시장 부양 정책이 나오면서 착공 실적이 크게 늘어 앞으로 최소 1~2년간은 주택 건설 투자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에 미치는 부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주거비용은 상승하는 데 반해 가계의 소비성향은 감소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정부가 가계 부채해결을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으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부채 증가가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는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특히 기업 부채가 둔화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경제(기업+가계+정부)의 부채 비율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자금흐름은 비생산적인 주택부문에 집중돼 있다.
이에 노무라증권은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에 대해 현재 70%인 LTV와 60%인 DTI 비율을 각각 10%포인트씩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에는 전매제한 제도를 부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LTV·DTI 강화와 전매제한 부활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 시중자금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중·장기적으로 주택 초과 공급을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TV·DTI 강화 이후 주택가격 급락 우려에 대해서는 싱가폴과 홍콩의 사례를 들었다. 해당 국가들에서 주택가격이 LTV 강화(50%) 이후에도 완만하게 조정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또한 그간 주택분양과 착공이 급증한 실적을 감안하면 국내 건설투자 위축 가능성도 적다고 평가했다.
또한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다음달 금리를 25bp 낮출 것으로 봤다. 기업의 역성장(deflation)과 투자감소(deleveraging)가 궁극적으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금융시장은 한은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에만 과도하게 집중하고 기업의 역성장위험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며 “현 시점에서 가계부채와 부동산에 대한 긴축 정책은 실보다 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