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정부·한진’ 우왕좌왕 열흘째…해외선사 국내 해운노선 야금야금

입력 2016-09-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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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북미항로 신규 개설…MSC, 부산~캐나다 선박 6척 투입

머스크 등 글로벌 공룡 선사들이 오랜기간 한진해운이 닦아온 알짜 시장을 넘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을 결정한 이후 열흘 동안 정부, 채권단, 한진이 우왕좌왕 한 틈을 노린 것이다. 실제 한진해운 사태로 물류대란이 일어나면서 해외 선사 선박들이 한진해운 노선에 투입되는 등 해외선사들의 시장 잠식이 현실화되고 있다.

◇ 한진해운 1000억 지원도 ‘산넘어 산’ =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물류대란을 소강시킬 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은 “추가 지원은 절대 없다”며 한진해운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을 포함해 1000억 원 지원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지난 8일부터 사흘간의 장고 끝에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 방안을 최종 결정했지만, 실행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한항공 측은 10일 “대한항공 이사회는 자금 지원의 시급성을 감안해 ‘선 지원 후 담보’로 즉시 진행하고자 했으나, 배임으로 인한 법적 문제, 채권회수 가능성 등의 문제로 롱비치터미널의 담보를 선 취득한 후 한진해운에 대여하는 조건으로 의결했다”며 “다만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을 가지고 있으나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 및 또 다른 대주주인 MSC(46% 지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선 담보 후 지원’ 조건이 붙어 최종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국내 법원이 한진해운이 보유 중인 지분에 대한 추가 담보를 승인할지도 불확실하다. 앞서 법원은 공해상을 떠도는 한진해운 선박을 항만에 정박시켜 하역 작업을 하는데 17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 머스크 등 한진해운 사태 혼란 틈타 ‘군침’ = 머스크 등 해운 공룡들이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틈타 시장 잠식을 노리며 몰려들고 있다. 정부, 채권단,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지원 책임에 대한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사이 이들 해외 선사들은 서서히 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는 부산항에 북미 항로 노선을 신규 개설했다. 머스크는 8일 “오는 15일부터 부산-중국(상하이·옌톈)을 거쳐 ,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는 아시아-미주 항로에 4000TEU(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선박 6척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 2위 선사인 MSC도 같은 날 부산-중국-캐나다를 연결하는 노선에 5000TEU급 선박 6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세계 4위 중국 선사 코스코는 부산에 선박 투입을 결정했고, 세계 8위 대만의 양밍도 중국-부산-미국 노선에 투입될 선박을 늘렸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일주일 만에 해외 선사들은 새 노선 계획을 발표하며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저가 운임 경쟁을 펼쳤던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운임 인상도 시행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이 사라질 경우 미주 항로에서 27%, 유럽 항로에서 47%의 운임이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외국 선사들이 한진해운이 오랜기간 닦아온 노선 잠식은 물론 운임 인상까지 일석이조를 누리며 국내 화물 시장까지 잠식하면 국내 해운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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