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한진해운 600억 지원 결정했지만…

입력 2016-09-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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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 상경 투쟁을 벌인 지난 7일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앞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비대위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부산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조양호 회장이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대한항공 이사회가 사흘간의 장고 끝에 한진해운에 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실행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한항공은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운영사 TTI) 담보를 먼저 취득한 후 6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배임 등 법적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을 지원하다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결국 대한항공 이사회는 담보를 먼저 설정한 후에 돈을 빌려주는 쪽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롱비치터미널 담보 취득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에 대한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 지분을 담보로 잡기 위해서는 한진해운이 이미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MSC(보유 지분 46%)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내 법원이 한진해운이 보유 중인 지분에 대한 추가 담보를 승인할지도 불확실하다. 앞서 법원은 공해상을 떠도는 한진해운 선박을 항만에 정박시켜 하역 작업을 하는데 17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결정으로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을 포함해 한진그룹의 지원 규모는 총 1000억 원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 지원을 거절하면서 물류 대란 해결의 실마리는 사실상 한진그룹에 기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대한항공의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한편, 미국 항구 주변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의 하역 작업이 오는 11일 자정 재개될 전망이다. 미국 뉴저지 소재 연방법원은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를 승인(provisional stay order)했다.

미국 법원의 스테이오더 승인으로 한진해운의 압류금지 조치가 내려진 국가는 일본, 영국, 싱가포르 등 4곳이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7척 중 41척의 발이 묶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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