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9) 씨를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 ‘여권 무효’ 등 강제 조치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7일 외교부와 법무부에 협조를 구해 서 씨에 대한 여권 무효 조치 절차에 들어갔다고 8일 밝혔다. 여권이 무효가 되면 서 씨는 불법체류자가 돼 일본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
검찰은 또 일본과의 사법공조를 통한 범죄인 인도절차도 검토 중이다. 서 씨의 탈세와 배임 혐의를 일본 사법당국이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조사한 뒤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서 씨에게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를 했다. 서 씨는 검찰의 이같은 통보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가문이 과거부터 형사사건이 불거지면 일본에 근거지가 있으니 일본으로 출국해서 안 들어오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불법이 많이 드러났는데 사법절차에 응하지 않고 정말 진정한 대한민국 기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한민국 기업이고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려면 오너가 대한민국 법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씨는 딸 신유미(33) 호텔롯데 고문과 함께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받는 과정에서 6000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 모녀는 또 롯데시네마 극장 내 식음료 판매권을 독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 총괄회장을 면담했다. 조사는 1~2시간 가량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