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혼밥·혼술’이 어때서…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입력 2016-09-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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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산업1부 기자

“힘든 하루를 보내고 텅 빈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이 맥주 한 잔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혼자 마신다.”

지난 5일 처음 방송된 드라마 ‘혼술남녀’의 대사다. ‘혼술남녀’는 혼자 술을 마신다는 뜻의 줄임말로 ‘혼술’을 즐기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이야기다. 바야흐로 ‘혼자’가 편한 세상이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유형으로 떠올랐다. 1인 가구는 전체 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한다. 1990년 102만100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5년 사이 5배로 늘었다. 경제소비 주체도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화했다.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찾는 편의점의 매출은 날로 고공행진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올해 전국 편의점 매출이 2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추석에도 혼자일 사람은 많아 보인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을 쏟아내고 있다. 도시락에는 명절 음식 부럽지 않게 밥과 반찬이 담겨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선물코너도 따로 마련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경제적으로는 혼자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혼자 사는 게 뭐 어때”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업계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으로 잠시 호황일지 모르지만, 비혼과 저출산 추세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시대다. 위로나 소통 대신 경쟁과 일을 위한 협업이 도구가 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혼밥을 택한다. 그러나 취업난과 이혼, 독거노인이 대다수인 1인 가구에 다양한 소비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문제다.

고달픈 혼밥족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1인 가구의 소비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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