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현 자본시장1부 기자
이쯤에서 올해 초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공언했던 ‘길목감시’를 떠올려 보게 된다. 당시 시감위는 4·13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테마주가 난립할 것으로 보고 조기에 이상거래를 잡아내는 대응체계를 가동해 올해 내내 집중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수장 출신인 이해선 위원장의 첫 임기인 만큼 전과 다른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결과적으로 ‘길목감시’는 잘 작동했을까? 시감위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테마주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근거로 사용한 자료는 올해 급등락을 보인 12개 테마 134개 종목이었다. 시감위의 애초 공언대로라면 각종 테마주가 채 힘을 쓰기도 전에 덜미를 잡혔어야 맞다. 다시 말하자면 시감위의 보도자료 자체가 공언했던 ‘길목감시’의 부재를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수치로 나타나는 테마주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코스피 테마주 종목의 일평균 참여체결 계좌수는 전년 동기보다 44.2% 늘었고, 코스닥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거래소가 큰소리쳤던 ‘길목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거나, 작동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테마주 감시는 어렵다. 하지만 시감위의 인력과 권한은 그 ‘어려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내년은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해이니만큼 정치 테마주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감위의 ‘길목감시’ 공언이 내년에라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