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년간 외국환거래법 감독 공백, 허수아비 금감원

입력 2016-09-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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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관리감독·교육안내 나섰다면 위반규모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공백이 자산운용사의 무더기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시에 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률 정보에 어두운 신생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법 운용이 계속됐다.

금감원은 6월 말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자산운용사의 미자격 해외 펀드 운용 실태에 대한 지적을 받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운용사가 해외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마저 수년간 법 규정을 무시해 왔는데도 금감원에서 몰랐다는 것은 사실상 ‘감독 실패’”라며 “적시에 관리·감독과 교육·안내 등이 이뤄졌으면 위반 업체 규모가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외화증권(주식·채권) 투자 잔액은 660억7000만 달러로 1년 새 67억6000만 달러나 증가했다. 2014년 450억 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2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물면서 운용사의 해외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지만 그에 맞는 관리·감독은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일부 운용사는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회사 설립과 펀드 운용 준비 과정에서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안내도 듣지 못했다며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제도를 통해 운용사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들어온 신생 운용사들도 울상이다. 법 제도에 미숙한 탓에 운용사 설립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형사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금감원도 감독 과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회 지적 후 진웅섭 금감원장은 내부 회의에서 감독을 통해 발견했어야 할 문제를 의원실에서 먼저 제기한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번 지적 사항에 대한 대응 체제도 마련하는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 감독이 아닌 의원실 지적으로 관련 검사에 착수하게 됐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위반 업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디까지 ‘외국환업무’로 볼 것인지 해석 범위에 대해서는 업계와 당국의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다. 현재 외국환거래법과 그 시행령에서는 외화채권의 매매, 외화증권의 발행·매매, 파생상품거래, 투자판단을 일임받아 투자자별로 구분해 운용하는 업무 등을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업무로 정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간접 펀드도 해외 펀드를 고르는 운용자의 의사가 개입되는 만큼 당연히 외국환업무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재간접 펀드는 운용자가 직접 해외 주식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환업무로 보는 것은 과잉규제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재간접 펀드도 외국환업무로 본다면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펀드(ELF) 등 사실상 외국환업무로 보기 어려운 것들까지 신고 대상이라는 것”이라며 “자산운용업계 3분의 1이 형사처벌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단순 변경신고를 누락한 업체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 시정토록 조치한 상태다. 미등록업체에 대해서는 운용 중인 펀드별로 외국환업무에 해당하는지 일일이 검토 중이다. 외국환업무 해석 범위를 넓힌다면 ‘과잉규제’ 지적을, 고의성이 없다며 업계 편의를 봐준다면 국감에서 ‘업무태만’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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