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월 연속 흑자…규모는 전달비 약 30% 감소
7월 경상수지가 5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수출 부진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달에 비해 30% 가량 줄었다.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보다 더 큰 ‘불황형 흑자’도 여전했다. 이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압력으로 수출 경쟁력이 다시 약해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7월 국제수지 잠정’ 자료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87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2012년 3월부터 이어온 흑자 기록을 53개월째 이어갔다. 다만, 흑자 규모는 월간 사상 최대 수준이었던 6월(120억6000만 달러)의 72% 수준으로 축소됐다.
◇ ‘불황형 흑자’는 여전…원화강세 압력 ‘악순환’ 우려 = 상품 수지는 전월 127억1000만달러에서 108억1000만달러로 규모가 줄었다. 수출은 425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0% 줄었고, 선적운임 포함(FOB) 기준 수입은 317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1% 감소했다.
즉, 상품 교역에서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수입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난 ‘불황형 흑자’는 여전했다.
특히 수출 주력 상품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통관기준으로 볼 때 정보통신기기는 전년동기대비 3.1% 증가했지만, 선박, 디스플레이 패널, 가전제품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43.1%, 26.5%, 16.0% 감소했다.
박종열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상품 수출은 전년동월로 볼 때 2014년 7월 이후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유가하락과 해외수요 부진 등 기저적 요인 외에서 영업일수 감소 등 일시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불황형 흑자가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이어져 수출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을 보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국내에 달러가 유입되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의 경상수지 흑자는 달갑지만은 않다”며 “불황형 흑자는 원화 절상 압력으로 이어져 수출 경쟁력을 갈아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전월 39억8000만달러보다 늘어난 46억2000만달러 증가를 나타냈다. 외국인 국내 투자도 전월 22억2000만달러 감소에서 45억3000만달러 증가로 전환했다.
박 부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 대기성 투자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됐고, 일본과 영란은행 등의 추가 통화완화정책 영향도 작용했다”며 “반면, IFRS4 2단계 도입을 대비하기 위해 국내 보험사들 위주로 해외 채권 투자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2020년부터 IFRS4 2단계를 적용받게된다. IFRS4 2단계에서는 부채 평가 기준을 ‘매입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뀐다. 이 경우 부채의 평균 만기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만큼,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들의 장기 해외채권 투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이밖에 파생금융상품은 4억8000만달러 감소했고, 기타투자는 자산이 46억3000만달러 증가했고, 부채는 22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준비자산은 19억7000만달러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