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자살에 검찰 당혹…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악몽 재현 우려도

입력 2016-08-26 10:00수정 2016-08-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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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holjjak@)

롯데그룹 2인자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경남기업 수사가 회장의 자살로 사실상 좌초됐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 조사에 앞서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출국금지하며 롯데 심장부를 겨냥했던 검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검찰은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며 “수사 일정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소식은 곧바로 김수남 검찰총장 등 대검 수뇌부에도 유선으로 긴급히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자살로 수사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이날 이 부회장을 상대로 △계열사 간 부당거래에 따른 배임 △그룹 차원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증여 과정에서 6000억 원대 탈세에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소유주 일가의 탈세 부분은 이미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했지만, 비자금 조성이나 배임 혐의 등은 그룹의 중추 역할을 했던 이 부회장의 죽음으로 사실 규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월 마무리 예정이었던 수사 종결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가 진행된 이후 롯데 정책본부의 지시로 경영비리가 있었을 것을 전제하고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해 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황각규(61) 롯데쇼핑 사장과 이 부회장, 소진세(65) 사장 등 정책본부 핵심 3인방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신동빈 회장이나 신동주 부회장을 검찰로 불러들일 예정이었지만, 당분간 핵심 피의자 소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진행했던 경남기업 수사가 성완종 회장의 자살로 좌초됐던 일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정책본부는 물론 핵심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저인망식 수사를 벌여 그룹 차원의 반발을 사며 신경전을 벌였다.검찰로서는 수사 방법의 적절성 논란이라는 역풍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진 셈이다. 롯데그룹 사정에 밝은 한 법조인은 "이 부회장이 본인이 모든 걸 감수하겠다는 표현을 한 게 아니겠느냐"며 "그만큼 그룹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없었던 만큼 검찰 수사는 상당부분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비자금 조성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자료에 근거해 수사가 가능하지만, 용처나 조성 경위를 파악하는 것은 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기는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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