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 주의 휴양지 잭슨 홀 미팅에서 있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연설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달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최대의 이벤트로서, 시장에서는 옐런이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힌트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만일 기대에 어긋나면 시장에 적지 않은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8월에 개최하는 잭슨홀 미팅에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와 정책 당국자, 석학들이 참석한다. 세계 경제 및 금융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시장 관계자들이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올해 회의는 ‘미래를 위한 탄력적인 통화정책 체제 설계(Designing Resilient Monetary Policy Frameworks for the Future)’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특히 이번 회의에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2년 만에 참석하기로 해 여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과거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가까운 미래의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등 시장의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26일 ‘금융정책의 도구 키트’를 주제로 강연하는 옐런 의장의 입에서 어떤 단서가 나올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옐런 의장이 강연에서 앞으로 몇 주간 발표되는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 9월에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재차 남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다음 고용 통계에서 취업자 수가 20만 명 이상 증가하거나 실업률이 떨어지면 연준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우드 포드는 옐런 의장에 대해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결정적인 신호를 주지 않고, 9월에 움직일 것이라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9월 20~21일 FOMC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남기면서 그러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단정짓지 않게 해석하도록 하는 표현으로 미국 경제 상황을 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금리선물 동향에 따르면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확률은 50% 이상이다.
앞서 공개된 7월 26,27 양일간 열린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추가 금리인상의 긴급성을 둘러싸고 위원 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인플레이션 억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시장이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이므로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당국자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지난 21일 미국 경제가 이미 금융 당국이 내건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고 있어 성장세는 앞으로 거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옐런 의장이 피셔 부의장의 주장을 거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존스홉킨스대학의 조나단 라이트 교수는 “옐런 의장은 9월에 행동할 것이란 선택을 배제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9월 단행할 공산이 크다고 시장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신호를 발할 필요가 있지만, 옐런은 그것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쨌든 블룸버그통신은 옐런이 어떤 단서를 흘리든 이번에 잭슨홀에 모인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에 9월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제로 부근 또는 마이너스 권으로 낮춰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행은 지금까지 금융정책의 총괄적인 검증을 9월에 정리할 예정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영국 국민투표의 영향을 검증, 추가 완화에 따른 대응이 필요한지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최근 며칠새 옐런 발언에 대한 관망세를 이어가며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5일 아시아 증시는 전날 뉴욕증시의 흐름을 이어받아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