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이전 앞두고 지원자 줄어, 기금운용본부 인력 확보 차질
최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역 공개채용에 지원하려 했던 8년차 채권투자 전문가 A씨는 최근 이 같이 말했다. 부모님께 의존해야 하는 자녀 양육을 고려하면 거주지 이전이나 주말 부부는 엄두를 낼 수 없다고 그는 털어놨다. 현재 서울 신사역 인근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본부 본사는 내년 2월 전라북도 전주시로 이전한다.
A씨의 경우처럼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 인력 충원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는 이번 공채에서 현실이 됐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달 초 공채 서류접수를 마감한 결과 지원자는 200여명 안팎으로 경쟁률이 7대1(30여명 채용 예정)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민연금 운용역 공채 경쟁률은 지금까지 10대1을 밑돈 적이 없다. 이 같은 지원자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 운용역의 기본급을 일반직의 3배인 9% 인상하기로 했지만 백약이 무효다.
이번 공채 지원자 규모가 과거보다 크게 줄면서 업계에서는 대부분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전체 지원자 중 절반을 추려도 상당 수가 면접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원자 수가 줄면서 많은 이들에게 면접을 볼 기회가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종 채용 인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적합한 지원자가 적을 경우 선발 인원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지방 이전에 따른 인력 충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 기관의 진출입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운용직이 기금운용본부에서 근무하다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기면 6개월간 두 기관은 거래를 할 수 없다. 또 6개월이 지나도 운용직이 이직한 기관과 국민연금이 거래를 재개하려면 향후 2년간은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제한이 있다. 이런 장벽을 완화해야 전문 인력이 들어오고 나가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전주 이전 이후에는 인력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의 지방 이전은 피할 수 없다. 또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규모는 향후 10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이 같은 중요성을 고려하면 해당 지역의 인프라가 갖춰진 뒤에는 우수한 인력들이 국민연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