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바람으로 노후 대비용 투자 대박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고(高) 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다. 서초 반포를 비롯해 인기지역 경쟁률이 최고 50대 1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 높은 수치다.
경쟁률은 아파트의 인기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경쟁률이 높은 곳은 프리미엄이 많이 붙는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
하지만 인기가 좋다고 꼭 청약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인기도를 따진다면 한강이 보이는 강남권의 새 아파트가 한 수 위가 아닌가. 그런데도 개포동보다 훨씬 낮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래서 경쟁률은 분양가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좀 낮으면 청약자가 구름처럼 몰린다. 꼭 인기지역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목도 좋은데다 가격까지 낮은 곳이면 경쟁률은 더 치솟게 된다.
최근 분양한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분양가가 낮아졌다. 정부가 고 분양가를 문제삼아 적정선까지 내리지 않으면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결과다. 원래 생각했던 금액은 3.3㎡당 평균 4310만원이었으나 4137만원으로 조정했다. 30평형대를 기준으로 5000여 만원이 싸진 셈이다.
그래서 일단 당첨만 되면 적어도 5000만원의 웃돈이 붙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통장 가입자라면 다 청약을 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일반 분양 분은 63가구에 불과해 희소가치까지 가미됐다.
그런 연유로 거래가 가능한 조합원 분 매물은 중개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높은 경쟁률이 조합원을 자극한 것이다. 앞으로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으니 일단 관망하겠다는 조합원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분양가 조정은 결국 개포권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여러 가지 사안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려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다는 말이다.
개포주공 재건축 단지는 전국에서 투자자가 몰리는 그야말로 핫 프레이스(hot place)다. 지방에서는 ‘열 아들보다 개포동 아파트가 더 효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성 높은 곳으로 꼽혔다.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한 채 사놓으면 노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큰 돈 안들이고도 매입이 가능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개포 주공아파트를 찾았겠는가. 그만큼 손바뀜이 많았다는 소리다.
그랬던 곳이 정말로 대박을 냈다. 2012년 하반기 5억원 대였던 10평형 대 아파트가 지금은 10억원 대로 치솟았다.
이번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 결과는 앞으로 분양 예정인 개포권 아파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최고 경쟁률의 힘은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 올리게 만들었다.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평형별로 1000만~3000만원 정도 뛰었다. 36㎡형은 3000만원이 오른 8억9,000만원을 호가한다.
상황은 4단지도 마찬가지다.
일찍 개포동 아파트에 투자한 사람은 정말 노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