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한한령(限韓令) 공포의 실체는?

입력 2016-08-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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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연 김우빈, 수지의 중국 팬 미팅이 취소됐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중국 상하이 공연이 무산됐다. 중국 드라마 ‘상애천사천년(相愛穿梭千年)2’ 촬영 중인 유인나의 하차설이 제기됐다. SM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간다.

중국 SNS 웨이보에는 출처불명의 중국 활동 제한 한류스타 블랙리스트가 나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인한 중·한 관계 경색은 한국 연예산업 침체를 촉발할 것이다”라는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사설을 비롯한 중국 한류에 대한 국내외 언론 보도가 잇따른다. 한류 콘텐츠와 한류 스타를 제한한다는 ‘한한령(限韓令)’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사드발(發) 한한령 공포가 한국 문화산업과 연예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에서의 한류 변화 움직임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요동친다. 한류 최대 시장이자 국내 문화산업 최대 투자국인 중국의 변화에 연예기획사 등이 공포감마저 느낀다. 2010년 이후 정치적 문제 등으로 몰락한 일본 한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드라마, K팝, 스타를 비롯한 뛰어난 콘텐츠와 연예 자원을 바탕으로 제작사 등 민간 업체 노력만으로 일군 한류를 정부 치적인 양 자랑과 홍보에 열을 올리던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언론은 실체 파악과 사실 보도보다는 중국 당국의 한류 보복에 대한 근거 없는 괴소문을 전하거나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유포하는 데 여념이 없다. 정치권은 미디어와 문화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국 광전총국의 한류 규제에 대한 문건 유무 타령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문화산업과 제작사, 연예기획사 등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한한령’이라는 유령이 등장했다. 한한령의 실체는 무엇일까?

2010년대 들어 한·일 양국의 정치적 문제와 일본 우익 주도의 혐한류로 인해 막대한 수입을 창출하던 일본 한류 시장이 몰락했다. 한류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2013년 ‘상속자들’,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2016년 ‘태양의 후예’ 등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 한류가 재도약했다. 최근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대중문화 시장은 한국 문화산업의 최대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연예기획사나 제작사들은 앞다퉈 중국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쏟아냈고 한류스타들은 중국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함량 미달의 콘텐츠 양산, 일부 한류스타의 문제, 제작사와 기획사의 무분별한 중국 자본 유치, 중국 방송사의 한국 프로그램 표절, 중국 당국의 외국 대중문화 콘텐츠 규제 등으로 중국에서의 한류 위기가 가시화했다. 여기에 국가주의로 무장한 일부 중국인의 반한류 기류까지 더해졌다.

사드발 한한령 징후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한한령을 가능하게 한 중국인의 심리다. 중국 웨이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28만 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출연을 방송에서 금지한다면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수많은 중국 네티즌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비난하며 “애국심이 오락을 앞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심지어 중국 한류 팬조차 “국가면전무우상(國家面前无偶像·좋아하는 한국 연예인보다 국가가 우선)!”을 외치고 있다.

한국 문화산업계를 강타하는 한한령이라는 공포는 중국 일변도 한류의 위험성, 경쟁력 없는 한류 콘텐츠와 스타의 문제,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는 정부의 무능력, 국가주의로 무장한 중국인 증가, 중국 내 반한류 상승의 또 다른 얼굴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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