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공동생동 무제한 허용’이 복제약 난립 주범일까

입력 2016-08-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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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제도 개편 등 제도 변화로 무분별한 복제약 진입.."종합적 대책 마련 필요"

한국제약협회는 ‘공동생동 무제한 허용’이 제네릭 난립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며 규제 강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식약처는 검토 여부를 고민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공동생동을 제한하면 제네릭 난립을 차단할 수 있을까. 현재 제네릭 난립을 부추기는 제도적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공동생동 규제 철폐 이후 제네릭 진입 개수가 기하급수로 증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리피토 플라빅스 노바스크 등 제네릭 개수 추이(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제로 공동생동 규제가 폐지되기 전인 지난 2011년 10월 기준 화이자의 고지혈증약 ‘리피토10mg’의 제네릭 수는 29개에 불과했지만 현재 104개로 늘었다.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 ‘플라빅스’의 제네릭은 33개에서 97개로 급증했다. 두 제품 모두 2011년 이전에 특허가 만료됐다.

2008년 특허가 만료된 화이자의 고혈압약 ‘노바스크’의 경우 현재 등재된 제네릭 개수가 67개로 5년 전(20개)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특허가 만료된지 한참 지났는데도 후발주자들이 지속적으로 제네릭 시장에 진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통상 제네릭 업체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와 동시에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미 제네릭 시장이 형성된 분야는 뒤늦게 뛰어드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재된 건강보험 의약품 개수도 공동생동 규제 철폐 직전인 2011년 11월 1만4534건에서 올해 8월 2만1260건으로 5년새 46.3% 늘었다.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개수 추이(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동생동 규제 완화 이후 제네릭 시장이 난립 양상을 보였다는 제약협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하지만 공동생동 규제 완화만으로 제네릭 개수가 많아졌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약가제도 변화가 제네릭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부터 제네릭의 약가 등재 순서에 따라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계단형 약가제도’를 폐지했다. 종전에는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격(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 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계단형 약가제도’를 운영했다.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달 단위로 10%씩 깎이는 구조다.

과거에는 제약사들이 뒤늦게 제네릭을 발매할수록 낮은 가격을 받기 때문에 지금처럼 후발주자들이 무분별하게 제네릭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약가제도 개편 이후 시장에 늦게 진입해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지 오래된 시장도 제네릭 발매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셈이다.

허가제도도 한 차례 변화가 있었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도입’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다른 업체가 대신 생산해주는 위탁 의약품이 허가를 받으려면 3개 제조단위(3배치)를 미리 생산해야 했다. 생산시설이 균일한 품질관리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미 같은 제품을 생산 중인데도 또 다시 허가용 의약품을 만드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적합판정을 통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 중인 제네릭을 제품명과 포장만 바꿔 허가받을 때 절차가 간소화됐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허가 신청 수수료 90만원 가량만 부담하면 별도의 생동성시험과 허가용 의약품 생산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신규 제네릭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제약사들은 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제네릭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어 위탁 다른 업체의 생동성 자료를 통해 제네릭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결과적으로 공동생동 무제한 허용, 계단형 약가제도 철폐, 허가용 의약품 생산 규정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가동하면서 제네릭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지면서 제네릭 개수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공동생동제한’과 같은 일부 제도만 손 본다고 제네릭 난립을 방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는 “제네릭 난립 자체만으로 리베이트 영업 우려가 높아진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도 “무분별한 제네릭 진입을 차단하려면 허가와 약가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마련해야 추후 또 다른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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