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연구·개발(R&D) 거점에 공을 들이던 일본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의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도 연구개발 활동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외보다 국내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가 가능한 272개사의 연구개발비 총액은 12조2166억 엔이었다. 2010년도 이후 조사에서는 전년도 대비 4~6%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상위 10곳 중 5곳은 작년 실적을 밑돌았다.
이런 가운데 연구개발 투자의 일본 국내 회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4곳 중 1곳(24.3%)이 올해 이후 일본 국내 R&D 거점을 신설하거나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해외에서의 신설이나 확충을 계획한 기업의 비율을 5%포인트 웃돈 것이다. 신문은 2012년도 조사 때만 해도 해외가 국내를 9%포인트 가까이 웃돌았지만 그 차이가 점차 축소되더니 이번에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본국에 R&D 거점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이유로 “중장기적인 사업의 싹을 키우기 위해서(59.5 %)”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지난 몇 년간 신흥국의 경제 발전으로 현지에서의 제품 개발에 주력했지만, 인공지능(AI) 및 재생 의료 등의 첨단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일본 국내 연구기관과 연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비 부족으로 고민하는 대학들도 기업들과의 제휴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섬유업체 도레이의 경우, 2017년 이후 약 100억 엔을 투자해 일본 시가 현에 연구개발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일본 국내 최대의 연구소를 외부와의 연계 거점으로 자리매김시킬 방침이다. 해외의 생산 능력을 잇따라 강화하는 한편,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첨단 기술 연구는 국내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히타치금속은 물질 · 재료 연구기구와 공동으로 초내열합금의 연구 거점을 이바라키 현에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2018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항공기 엔진 및 발전 가스 터빈 등을 연구하게 된다.
주가이제약은 오사카대학과 면역 및 암 치료제 개발에 대한 포괄 제휴를 맺었다. 히타치제작소는 도쿄대학 등 3개 대학과 AI 등의 공동 연구에 나섰다.
한편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연구개발비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외했었으나 12월에 발표하는 회계 2분기(7~9월)분부터는 포함시키기로 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로서 추가한다. 이는 GDP의 3% 정도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