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가 거의 변하지 않던 독일 주택시장에도 버블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독일의 주택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나 올라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베를린 장벽 붕괴와 통일로 촉발됐던 버블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인들은 영국인이나 미국인과는 달리 주택을 소유하는 것보다 임대하는 것을 좋아해 주택 가격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으나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수익률이 떨어진 투자자금과 외국인 구매자들이 독일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가 2000년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고 물가와 임금에서도 이렇다할 상승요인이 없는데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버블의 전조라는 지적이다.
코메르츠방크의 랄프 솔빈과 마르코 와그너 이코노미스트는 2003년 미국과 스페인에 야기된 버블과 유사한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탄 주택 가격이 금리가 고정된 이후에도 계속 올라 버블이 야기되는 현상이다. 결국 주택 구매력과 보유여력이 떨어지게 되고 금리가 반등하면 버블이 붕괴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마이너스 0.07%로 떨어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점차 반등하고 모기지 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버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언제 버블이 터질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버블 붕괴의 조짐이 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미국이나 스페인과는 달리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2015년 말 이후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 금리가 오르더라도 자체 충격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계 평균 소득과 비교한 주택 금융 평균 비용이 낮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독일 가정의 주택 소유율은 지난 2014년 52.5%로 영국의 64.8%나 유럽연합(EU) 28개국의 평균치인 70.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수 십년간 같은 집을 임대해서 사는 주거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