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지적 확인은 글을 백 번 읽으면 뜻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말을 생각하며 백 번은 아니지만 여러 번 읽었는데도 모르겠다. 지적질을 하면 확인하고 환호작약(歡呼雀躍), 기뻐서 소리 지르며 날뛰는 건가? 그러면 학교 교실이나 신문·출판사의 편집 교열데스크에 어울릴 텐데 왜 지하철 벽에 써 놓았지?
알고 보니 이 말은 ‘指摘 確認 喚呼’였다. 지적확인 환호응답 운동은 196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시작된 무결점 운동으로, 손가락으로 대상물을 지적하고 눈으로 확인한 뒤 입으로 대상물의 상태를 말하는 3단계 과정이었다. 우리나라 철도 분야에는 1971년에 도입됐다고 한다.
‘지적확인환호응답요령’에 의하면 ‘지적확인’은 확인하려는 대상물을 손가락(검지)으로 가리키며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환호’는 지적한 대상물의 명칭이나 현재 상태를 소리 내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지적확인환호응답’은 2명 이상이 함께 업무를 수행할 때 먼저 업무를 취급하거나 대상물을 발견한 직원이 지적확인 및 환호를 하면 다른 직원이 같은 요령으로 확인하고 복창하는 것이다.
그러면 좋다. 자기들끼리만 알면 되지 왜 일반 승객들이 볼 수 있는 곳에까지 이런 말을 써 붙여 머리를 썩이게 하나? 공부를 시키려구?
지하철역 구내의 ‘제연경계벽’이라는 말도 어렵다. 연이 연기를 말하는 건지 불탄다는 건지 잘 모르겠고, 제연이라는 말도 제압[制]한다는 건지 제거[除]한다는 건지 헷갈린다. 除燃(제연)이라면 실내에 차 있는 연기를 배출해 없애는 건데, 연기라면 煙氣를 생각하지 燃氣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경계벽도 경계(境界)가 되는 벽인지, 사고가 나지 않게 주의하고 살피라는 경계(警戒)인지 헷갈릴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이 말이 너무 어렵다고 바꾸자고 했더니 소방방재청(지금은 국민안전처)은 법규가 그리 돼 있는 데다 오랫동안 써서 사람들에게 익숙하다며 일축했다고 한다(익숙하긴 뭐가 익숙해?). 그런데 일부 역에는 ‘방연유리’라고 말을 바꿔 쓴 곳이 있다. 슬그머니 건의를 받아들인 것인가? 그래도 여전히 궁금하다. 防燃인지 防煙인지 모르겠다.
제세동기라는 말도 나는 어렵다. 굳이 찾아보니 부정맥을 보이는 심장에 고압전류를 극히 단시간 통하게 함으로써 정상적인 맥박으로 회복시키는 기기가 제세동기였다. 한자로는 除細動器라고 쓴다는데 세동은 우리말로 잔떨림을 말한다니 안 떨리게 하는 기계인 모양이다. 내가 제대로 파악한 건지는 자신이 없다.
예전엔 ‘전착도장(電着塗裝) 적재함’이라는 말이 머리를 아프게 하더니 무슨 말인지 모를 단어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어렵게 말해야만 전문가로 알아주나? 이런 말 좀 쉽게 바꾸면 어디 덧나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말이 안 궁금한가? 그러니까 안궁안물, 안 궁금해서 안 물어보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