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분쟁 1년] 시총 1.8조 증발, 상장ㆍM&A 무산…재계 5위 경영시계 ‘스톱’

입력 2016-07-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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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3번의 표 대결서 이겼지만 檢 수사 발목…신동주 ‘무한주총’선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ㆍ동빈 형제 간의 분쟁이 27일로 1년을 맞는다. 지난해 7월27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함께 일본 도쿄로 건너가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의 해임을 시도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 형제간 혈투가 시작됐다. 신 회장은 다음날인 작년 7월28일 이사회를 열고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 장남의 ‘쿠데타’를 방어하며 본격적으로 진흙탕 싸움의 서막을 알렸다.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1년 째 이어지면서 재계 5위 롯데그룹의 경영시계는 멈췄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추락했고 검찰의 대대적인 비리 수사까지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경영권 분쟁은 결말을 예상하기 어려운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한·일 롯데의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거듭 확인한 신 회장은 총수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듯 했지만, 지난달 10일 대대적으로 시작된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 전 부회장이 끝없는 표 대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의 지분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한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롯데 분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은 깊어지고 있고, 롯데 임직원들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의 3번째 임시주주총회 표대결에서도 신 회장에게 밀렸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무한주총’을 선언했다. 주총에서의 표대결은 지난해 8월, 올해 3월과 6월 등 총 3번에 걸쳐 이뤄졌고 결과는 모두 신 회장의 승리였다. 이를 기반으로 롯데그룹은 ‘신동빈의 한·일 원톱·원 리더’를 내세우며 경영 정상화에 몰두하고 있지만,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공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신 총괄회장이 만들어 놓은 지분 구조 탓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는 현재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광윤사가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최대주주(28.1%)이다. 롯데홀딩스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지속적인 임시 주총 소집 요구도 광윤사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지배구조 상에서 결국 신 전 부회장으로선 종업원지주회 지지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롯데가 검찰 수사까지 받게되면서 신 전 부회장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에 비해 일본이 기업범죄를 더욱 엄격하게 다루고 있는 만큼,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한 반발이 종업원지주회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무한주총을 통해 싸움을 계속할 방침이다. 그는 검찰 압수수색으로 롯데 수사가 표면화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광윤사 명의로 5차례의 입장자료와 17개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신 회장을 향한 파상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은 현재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8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작년 7월28일 종가 대비) 가까이 증발했고,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특허를 따내지 못해 폐점했다. 롯데홈쇼핑은 영업 중단 위기에 처했고, 호텔롯데가 추진 중이던 해외 리조트·호텔 인수도 모두 중단됐다. 투명 경영의 시발점으로 여겨졌던 호텔롯데의 상장이나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 인수·합병(M&A)도 수포로 돌아갔다. 하반기 계열사 상장 계획도 힘들고, 올 연말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가능성도 낮아 추가적인 경영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중심의 폐쇄적인 사업 경영이 이 같은 비극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그는 치매약 복용 사실이 밝혀져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며 “롯데의 지분구조상 형제 혈투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 총체적인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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