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회 지도층에 찾아볼 수 없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입력 2016-06-30 11:4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신동민 자본시장1부장

요즘 매일 접하는 사회 권력층, 지도층, 가진 자들의 사건 소식은 모 선배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사회를 막장 드라마 세트장으로 만드는 것 같다. 부끄러움도 양심도 내팽개친 탐욕의 아귀의 모습을 상당수 사회 지도층에서 엿보는 것이 불편하다.

정치권에서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 피감기관 식사자리 변호사 남편 동석, 석사 논문 표절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시끄럽다. 국회의원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은 서 의원뿐만 아니라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등 다른 의원들도 유사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마치 고구마 줄기를 뽑으면 고구마가 줄줄이 달려나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수민·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총선 리베이트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자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하는 모습에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는 것 같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의 전관예우, 낙하산, 탈세, 로비 등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모습도 매일 자고 일어나면 듣는 뉴스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전관예우는 없었고 실패한 로비라는 수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연 100억 원의 소득을 버는 변호사가 전관예우를 받지 않았다고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친 검찰이 한 번이라도 의혹을 제대로 밝힌 적이 있을까. 대학 시절 형사소송법 강의를 들을 때 현직 검찰 출신 교수가 전관예우는 존재하지만 예전만큼 많이 주지는 않는다고 했던 얘기가 새삼 떠오른다.

재벌 등 가진 자들이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경영권 분쟁,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처분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모습은 막장 드라마도 이런 막장 드라마가 없을 것 같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비자금 수사,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한진해운 주식 처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경영 비리 등도 연일 주요 뉴스로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 지도층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일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중세 말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영국이 프랑스 해안도시 칼레시를 점령하면서 저항했던 시민들에게 자비를 베풀고자 칼레를 대표하는 6명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때 칼레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생 피에르가 먼저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섰고 이어 시장, 법률가, 사업가 등 칼레시의 지도층이 목숨을 내놓았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이들 칼레시 6명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며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얘기할 때 나온 말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우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회 지도층이 각종 명분을 내세우며 알게 모르게 현대판 음서제도를 뿌리 깊게 박았기 때문이다. 이미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사라지고 일명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노력보다 부모의 배경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뿌리 내린 것이다. 최근 여러 연구 보고서에서도 우리 사회가 정보화 세대로 넘어오면서 부모의 소득이 높은 대학생이 대기업 취업이나 법조인,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 잡기에 유리하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사회 지도층의 병역의무 거부와 음서제도 고착 등이 만연할 때 나라가 망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우리 사회 지도층이 정상적인 인간, 양식 있는 인간으로 되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이들 사회 지도층의 탐욕이 계속된다면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나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후보로 트럼프가 당선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 지도층이 자신의 순수한 능력으로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인지 한번 되돌아 보고 양식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길 갈망해 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