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와 관련해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쏟아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로저스가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자본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며 “향후 1~2년간 주식 투자는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29일 보도했다. 그는 또한 “현 시점에서 28개국까지 회원국이 늘어난 EU는 너무 확대했다”며 “너무 커져서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도 했다.
신문에 따르면 로저스는 영국이 EU를 탈퇴한데 대해 “많은 투자자들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외환 시장도 혼란을 겪었다. EU 탈퇴는 경상수지 적자 증가 등 영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시장의 혼란은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또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악순환”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EU와 유로존의 앞날에 대해서도 비관했다. 그는 “스페인과 벨기에, 프랑스 등 회원국의 탈퇴파가 대두되면서 탈퇴 찬반 국민투표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것이다. EU는 너무 확대해 국가간 경제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투자자들은 이런 것들을 우려해 파운드와 유로 등의 매도를 강화할 것이다.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지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렉시트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리먼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다. 많은 중앙은행이 대폭적인 금융 완화를 계속해온 결과, 세계의 부채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EU의 혼란 등을 계기로 버블이 붕괴되면 위험하다. 리먼 사태 때보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유럽 소국들은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스페인이나 영국 등도 예외는 아니다. 향후 몇 년 동안 세계 경제는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엔화와 달러화 강세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은 엔화와 달러화를 안전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영국의 EU 탈퇴 결정 후 엔고는 더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막대한 재정적자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엔이든 달러든 너무 올라 나중에 투자자들은 그 대가를 치를 날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로저스는 현재 세계적인 주가 하락 상황을 매수 적기로 보는 투자자에 대해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적어도 향후 1~2년간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어 주식을 살 생각은 없다. 일단 약세장이 되면 주가는 예상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등은 유망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지만 지금은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국 정책 당국의 대응책에 대해 로저스는 화폐의 과잉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유럽 혼란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금리 인상이 어렵게 됐는데,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채무는 더 늘어나고, 점점 거품이 불어나 상황은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는 중국 경제에 대해선 경착륙을 경고한 조지 소로스와는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소로스와는 아직 얘기를 나눠보지 않았다. 물론 중국도 일본 미국처럼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잠재력이 높다. 예를 들어 수질과 공기정화 관련 기업에는 중국 정부와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기대된다. 철도와 헬스케어 관련 종목도 향후 주가 상승 여지가 크다”고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