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래시간 변경…배려받지 못한 자들

입력 2016-06-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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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현 자본시장2부 기자

증권·외환시장 거래 시간 연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8월부터 증권 및 외환시장 매매거래 마감시간이 30분씩 늦춰진다.

금융당국은 거래 마감시간이 중국과 1시간, 홍콩과 2시간, 싱가포르와 3시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 증시와의 연계성을 강화할 목적이라 했다.

이를 통해 정체되고 있는 거래대금과 거래량을 늘릴 복안이다. 이번 시장 연장에 따라 하루 3~8% 거래량이 늘어 연간 170조 원의 거래대금을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누가 이득을 보게 될까. 이번 연장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는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으로 연결된다. 수수료 상승분 전망치는 연간 3400억원 규모다. 이로 인해 연간 1000억~2500억원의 세수도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거래량이 진짜 증가로 이어질 경우에 한해서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거래 시간 연장 직후 거래대금이 40% 증가했다. 하지만 1년 후 거래대금은 18%, 6%로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였다.

손해보는 이는? 근로자다. 증권회사 직원들은 장이 끝난 후 비로소 진짜 일이 시작된다. 마감 업무와 영업에 뛰어드는 일이 30분 늦춰짐에 따라 퇴근 시간도 미뤄지게 됐다.

투자자 역시 리스크에 직접 노출될 확률이 커졌다. 연초 중국 증시에 따라 폭락했던 국내 증시를 생각해보자. 거래 시간이 비슷해질 경우 보호막이 줄며, ‘중국이 재채기만 해도 한국 주식시장이 감기에 걸린다’는 커플링 현상으로 악재에 더욱 민감해질 우려가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후, 은행은 돌연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근로자가 혜택을 얻었다. 은행도 무인자동화 기기로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단, 소비자는 불편을 겪었다.

무슨 일이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7년이 흘렀지만, 거래시간 변경에 따라 배려받지 못한 자들은 더욱 늘어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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