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버버리 가방, 나흘새 250만원 싸졌다”…브렉시트에 따른 환율 이야기

입력 2016-06-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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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버버리 홈페이지)

영국의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디엄 앨리게이터 배너(The Medium Banner in Alligator)’ 가방입니다. 깔끔한 디자인과 악어가죽의 오돌토돌한 볼륨감이 멋스럽네요. 이 가방의 가격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2만 파운드입니다. 오늘(27일) 환율로 따지면 3160만원이죠. 그런데 여러분이 만약 이 가방을 지난주 목요일에 샀다면 3410만원을 줬어야 합니다.

버버리 가방값이 나흘 사이 250만원이나 싸진 이유는 바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브렉시트로 인한 파운드화 급락 덕(?)이죠. 갑자기 환율 이야기가 나와서 어렵다고요?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파운드는 15% 이상 폭락할 것이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일주일 전 한 말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국민투표 직전까지 브렉시트 확률을 30% 미만으로 점쳤지만, 그는 거듭 “이번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갈 것”이라고 경고했죠.

스코틀랜드가 다시 독립을 시도하고, 북아일랜드에서도 아일랜드와 통합론이 제기되는 등 영국 내 정치ㆍ경제 불확실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거란 게 그 이유였습니다. “영국 자체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로 브리티시(British)를 자극하기도 했고요.

애석하게도 그의 말은 적중했습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24일, 파운드화는 장중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유로화도 4%나 밀려났죠. 영국 경제가 위축되고 EU 회원국이 도미노 탈퇴에 나설 거란 불안감이 외환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까지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3%포인트 낮아질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가구당 손실은 2200파운드(약 350만원)로 추정했고요. 모건스탠리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3%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네요.

(출처= 코트라(KOTRA)ㆍ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 예상치 못한 석양이 지자 글로벌 투자금은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로 몰리고 있습니다. 기축통화니까요. “기축통화 뭥미?” 하셨나요? 지난해 10월 이투데이에 실린 ‘美 금리인상 지연에 오르는 금값…돌 반지 선물, 또 뜸해지겠네요’를 읽으면 금시세가 출렁이는 이유까지 한 번에 이해될 겁니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브렉시트가 몰고 올 전 세계 통화 계획표 변화에 쏠리고 있습니다. 그 실마리는 오늘자‘돈 푸는 중앙은행들, 글로벌 환율전쟁 불붙이나’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미국과 일본만 골라 살펴볼까요?

영국이 국민투표를 진행하기 전까지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기준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실물경기 회복 속도가 빨랐거든요.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미국 내 고용지표가 지지부진한 게 걸림돌이었지만, 금리인상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옐런 의장의 계획표를 죄다 헝클어 놨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달 고용지표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건 쉽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전 세계 자산이 달러로 몰리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강세 압력이 더 커지니까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머리가 더 복잡합니다.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엔고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일본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일본은행(BOJ)이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마이너스 금리 폭을 키워야 한다는 거죠. 한 마디로 돈을 더 풀어 아베노믹스의 동력인 ‘엔저’를 되찾아야 한단 얘기입니다. 일단 아베 총리도 같은 생각인가 봅니다. 오늘 열린 BOJ 긴급회의서 “시장 안정이 중요하다”며 추가 완화정책을 시사했네요.

(출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아낸다.”

현대사의 거인 윈스턴 처칠(WinstonChurchill)의 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똑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말자며 ‘하나의 유럽’을 주장했죠. 단일 유럽을 구상한 그의 명언은 70년이 지난 지금, 브렉시트 패닉에 빠진 사람들에게 투자 격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운드화 급락을 기회 삼아 버버리 가방, 포트메리온 그릇, 다이슨 청소기를 직구(해외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하는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진정한 낙관론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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