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 후보 재공모에 '혼란'…산업은행 속내는?

입력 2016-06-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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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들의 프리젠테이션까지 마치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대우건설의 신임 사장 선임이 후보 재공모로 방향을 틀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최종후보를 선정하지 않았던 사장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내부에서 외부로 확대하면서 외부 영입설 등 각 종 추측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은 지난 24일 신규 사장 선임을 위한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가 전날 위원회를 개최해 외부인사를 포함한 재공모 절차를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추위가 어려운 건설업 상황을 타개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사내·외로 후보를 확대, 유능한 경영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다는데에 의견을 모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앞서 대우건설 차기 사장 선임에서는 현 대표이사인 박영식 사장과 이훈복 전략기획본부장 전무가 2파전을 벌였다. 사추위는 지난 10일 두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과 사업계획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지만 당초 예정대로 최종 후보를 선정하지 않으면서 각종 추측에 휩싸였다. 사추위는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인사 2명,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이번 사장 후보 재공모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은행의 부실한 자회사 관리와 방만 경영이 도마에 오르면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사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에 부담을 느껴 모든 절차를 갑작스럽게 원점으로 돌려놨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다양한 지적에 둘러싸인 만큼 논란을 접기 위한 하나의 절차로 봐야하지 않겠냐"며 "산은 입장에서는 다양한 후보군을 펼쳐놓고 적임자를 물색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공모가 외부인사 선임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추측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다양성을 위한 후보군 확대지만 이미 내정된 누군가를 위한 '길 터주기'라는 것이다. 유력한 사장 선임 후보였던 박 사장과 국내외 수주산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진 이 전무를 놓고도 프리젠테이션 내용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룬 게 그 배경이다.

당초 건설업계에서는 사장 후보 선정기간에도 대우건설 사장 후보 등록을 원하는 외부 인사들이 몇명 있었지만 산업은행이 원치 않아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기존 후보들에서 선정하지 못했을 경우 해당 후보들은 배제하고 재선임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기존 후보들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추가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때문에 기존 박 사장과 이 본부장은 이번 선임과정에서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대우건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기업 사장 인선을 위해 모인 기구가 프리젠테이션 내용이 방대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추위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낙하산 인사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크게 반발했다.

산업은행이 향후 대우건설 매각에 초점 맞춘 적임자 찾기에 나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대우건설이 이번 재공모의 공식적인 이유를 '사내·외로 후보를 확대, 유능한 경영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부분도 맥락을 같이 한다. 사추위가 두 후보자를 대우건설의 주가 부양과 현실적인 매각을 위한 적임자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박 사장은 2013년 취임 이후 적자였던 대우건설을 흑자로 전환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왔지만 주가부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산업은행이 2010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의 주가는 1만 5000원 수준으로 인수에 쏟아부은 자금은 모두 3조 2000억원이다. 이에 산업은행은 박 사장이 취임하던 2013년 7000원으로 내려앉아 있던 주가를 15000원 선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으나 주가는 오히려 역행했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25일 현재 5600원 대로 곤두박질 쳐 이 수준으로 매각을 진행할 경우 산업은행의 손해가 막심한 상태다.

하지만 사장 선임의 주체가 되고 있는 산업은행은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손을 떼야하는 부분이 사실 어느 정도 있다"며 "이번 재공모는 기존 후보 탈락이 아니라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각종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후보 재공모가 하나의 절차상의 문제일 수도 있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매끄럽지 않은 과정으로 대우건설 안팎에 잡음을 만들어냈다는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재공모는 당사자들에게도 혼란을 안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유가 어떻든 예상을 벗어난 절자를 밟으면서 추측을 난무하게 해 안팎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다음달 1일까지 지원자를 받는다. 당초 이달말까지 최종후보를 결정하고 내달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지원자 모집부터 후보 결정까지 연이어 일정이 늦어져 주총 일정 역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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