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한국의 혼, 일본 스시처럼 다양하게 변해야”

입력 2016-06-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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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세계김치연구소 소장 인터뷰

▲박완수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식품문화교류회에 참석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독도와 김치는 한국의 혼이다. 김치가 글로벌 트렌드 중 하나가 되려면 각국의 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21일 열린 한중식품문화교류회에서 박완수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정부 출연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으로 예산을 지원받는다.

“연구소의 주요 업무는 김치의 우수성을 입증해 알리는 것이다. 미생물을 종합 연구해 산업발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한다. 아울러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각국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홍보한다.”

연구소가 개발 중인 대표적인 기술로는 발효를 늦추는 포장재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살아있는 식품인 김치의 발효 진행을 늦춘다는 설명이다. 또 아토피 피부염과 비만에 좋은 유산균 김치를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에 700여개 김치제조 업체가 있는데 99%가 중소기업이다. 극소수 대기업을 제외하면 여력이 없기 때문에 연구소가 특허를 출원해주고 마케팅 업무를 지원한다. 수출 마케팅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전방위 김치 수출 전문가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소가 올해 지원하는 업체는 30개 수준이다. 여러 업체를 단발성으로 지원하기보단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박 소장은 대 (對) 중국 수출의 애로점으로 열악한 냉장 시스템 인프라를 꼽았다.

“김치는 수출 대상국의 유통망이 중요한데 미국과 유럽은 물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콜드체인이 잘 돼 있다. 선진국일수록 냉장시스템을 잘 갖춰 놨는데, 향후 우리의 관건인 중국은 땅이 큰 반면 냉장시스템이 열악하다.

반면 중국산과 한국산의 가격은 내수의 경우 5분의 1, 수출의 경우 3분의 1 수준이다. 결국 중국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1%만 잡아도 엄청난 규모다.”

연구소는 인삼김치와 흑마늘김치 등 김치의 기능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콜드체인이 열악한 중국에 수출하려면 발효도 늦추고 몸에도 좋은 성분이 필수라는 계산에서다. 박 소장은 ‘김치’라는 이름의 고유명사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절임채소식품인 파오차이나 일본의 기무치 등으로 김치가 불려서는 안 된다. 김치는 독도와 더불어 우리의 혼이기 때문이다. 업체가 당장 팔기 위해 그렇게 (이름을 바꾸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소가 존재한다. 발효 지연 포장재가 하반기 상용화되면 단가를 낮춰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독점을 막기 위해 포장회사에 기술 이전해 모든 업체가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반평생 김치 연구에 몸담은 그는 이제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1991년 한국식품연구원 미생물 연구실장으로 시작해 26년 정도 일했다. 올해 10월이면 떠나는 데 이후에는 김치에 대한 학문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것이다. 김치 산업론을 제조업 중심에서 전방, 후방, 파생 산업까지 아우르는 영역으로 확장하겠다. 후배들의 기반을 닦아주고 가겠다는 마음이다. 식문화는 하나의 트렌드다. 일본 스시가 서양에서 하나의 스타일이 됐지 않나. 김치를 꼭 한국적, 전통적으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각국 기호에 맞춰 변형 개발해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다. 다만 그 뿌리는, 원형은 한국이라는 것만 주지시키면 된다. 세계 어디서나 다양한 김치를 먹게 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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