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일자리 줄게 돈 줘”…정부, 추경 카드 또 쓰나

입력 2016-06-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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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추경 불가' 였는데, 입장을 선회한 겁니다. 사진은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 해외 주요 투자가에게 한국 경제 설명회(IR)을 하고 있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출처=기획재정부)

여당, 정부에 ‘상당한 규모’ 추경 권고

오늘(21일) 이투데이에 실린 기사입니다. 새누리당이 하반기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하네요. 추경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규모ㆍ재원 등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지만 전문가들은 ‘10조원+α’ 수준의 추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20조원 안팎의 ‘슈퍼 추경’ 얘기도 들립니다.

“추경이 뭔데? 왜 하는데?”

추경이란 추가경정예산의 준말입니다. 예산 실행 단계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한 경비를 말하죠. 한마디로 집안에 급한 일(자연재해나 경기침체)이 생겨, 정부가 통장(잉여세수 혹은 국채 발행)에서 돈을 빼 쓰는 겁니다.

뜻은 어렵지 않네요. 중요한 건 ‘왜(Why)’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경 카드를 꺼내든 건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2013년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땐 17조3000억원을 편성했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땐 11조8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함이었죠.

이번에도 이유는 같습니다. 2016년 판 추경 키워드는 ‘일자리’입니다. 조선ㆍ해운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익히 아실 겁니다. 전례 없는 수주절벽에 회사들은 마른 수건까지 짜내며 도생의 길을 걷고 있죠. 삼성중공업은 임직원 1500명을 내보내기로 했고,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 직원에게도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020년까지 2600명을 감원해 전체 직원을 1만명 수준에 맞출 계획이라네요.

대량실업은 경기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조선공의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도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죠. 그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요. ‘조선 3사’의 거점인 울산과 거제시의 주민 가계부를 조사해봤더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넉 달 간, 은행 예금은 1084억원 줄었고, 대출은 463억원 늘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뚝 끊겼다고 하네요. 경남의 5월 실업률은 1년 만에 1%포인트 넘게 뛰었고요. 고용쇼크가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단 얘기입니다.

(출처= 기획재정부ㆍ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저성장ㆍ저물가ㆍ저금리 속에서 경제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또다시 침체기에 빠진다면 한국은 디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우리도 겪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생각은,
1,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론이 반대로 기울고 있네?
2, 미국도 기준금리 인상을 미뤘고.
3,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하면서 판을 깔아놨으니.
4, 추경 편성해서 일자리 문제만 제대로 잡는다면.
5, 경제성장률 2% 후반대도 가능하겠군.

문제는 효과입니다. 추경을 통해 경기를 얼마나 띄울 수 있는가 말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추경에 따른 경제성장률 효과가 0.1~0.2%포인트 남짓이라고 말합니다. 별 소득이 없을 거란 얘기죠. 세월호와 메르스 때처럼 ‘반짝 효과’에 그칠 거란 지적도 나오고요. 유럽연합 체제 붕괴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카드(재정+통화정책)’를 아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결국, 추경은 좀 더 나은 것을 위한 ‘선택의 문제’인 셈이죠.

(출처= KBS ‘다큐멘터리 3일’)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KBS ‘다큐 3일-조선의 바다, 기로에 서다’ 편에 나온 조선소 협력직원의 말입니다. 조선공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평생을 기름때 묻혀가며 일한 그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정부의 빠른 답변. 그 내용이 추경이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죠. 정부가 재정정책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는 사이 조선공의 설 자리는 오늘도 좁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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