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부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분식회계 과정에서 산업은행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관여한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다. 수사를 시작한 이후 대우조선 고위 관계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21일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2012년~2015년 대우조선해양 CFO를 지낸 김모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과정에 김 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적용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대우조선은 2013년과 2014년 모두 흑자가 난 것처럼 재무상태를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수천억 원대 적자를 보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009년부터 부행장 출신 인사를 CFO로 보냈지만 제대로 된 감시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김씨는 해양플랜트 건조 사업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대우조선이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에서 발생하지 않은 매출을 반영하는 등 회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 관계자는 "김 씨가 재직한 시기에 관련된 분식회계 혐의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특수단은 2006년 남상태 전 사장 취임 이후 해양플랜트 상선을 포함한 500여건의 프로젝트를 수주 단계에서부터 건조, 회계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수 조사 중이다. 특히 김 씨는 고재호 전 사장이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던 시절 분식회계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져 검찰이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두 전직 최고경영자에 대한 비리 조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의 '측근 일감몰아주기' 단서를 포착하고 정준택 휴맥스해운항공 대표를 구속 수사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 5월 해상화물운송업체인 티피아이메가라인과 10년을 기간으로 맞춤형 자항선 운송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업체는 휴맥스해운항공이 최대주주여서 사실상 특혜성 계약이 체결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