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그로스, 마이너스 금리에 경종…“10조 달러 마이너스 금리 국채, 초신성급 충격 일으킬 것”

입력 2016-06-10 09:14수정 2016-06-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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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전 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된 국채 규모가 지난주 처음으로 10조 달러(약 1경2000조원)를 돌파한 것과 관련해 주요국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채권 전문 투자회사 핌코(PIMCO) 창업자이자 야누스캐피털의 그로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가 10조 달러가 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는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융 현상에 의한 것으로, 이것이 언젠가 초신성급(supernova) 폭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글로벌 국채 수익률은 약 500년 채권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이탈리아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채권 가격 상승 여파로 지난달 마이너스 수익률의 국채 규모는 10조4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새 무려 5%가 늘어난 것이다. 채권은 가격이 오르면 반대로 수익률은 떨어진다. 다시 말하면 투자자들이 나라에 돈을 빌려주면서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피치의 로버트 그로스먼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들의 행동이 확실히 이같은 경향에 일조했다”며 “양질의 채권을 수익률을 좇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여기에 한몫 했다”고 꼬집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지수에 따르면 전세계 국채 시장의 평균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0.67%다. 9일 영국 국채(길트) 50년물 수익률은 2%대가 붕괴했다. 1월말 이후 투자자들이 수익률 챙기기에 나서면서 장기 국채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8일 처음으로 0% 직전까지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흐름은 일본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BOJ)가 1월 말 마이너스 금리를 처음 도입한 이래 일본 투자자들은 플러스 수익률을 좇아 상환기한이 되도록 긴 국채에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국채 30년물 투자 수익률은 지난 6개월간 32%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채권 버블 이후 최고치다. 당시 30년물 수익률은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졌고, 당시 국채 투자 수익률은 28%였다.

그러나 이같은 채권 버블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갑자기 1%포인트 상승하면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손실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캐피털그룹은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 시장과 경제를 왜곡시키고 있다”면서 “잠재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2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 창업자 제프리 건들라흐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라고 비판하고, “시장에서 다음 이벤트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포기하거나 (마이너스 금리) 실험을 취소할 때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낮은 차입 비용이 많은 기업과 국가에는 보탬이 되겠지만 저축자들은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마이너스 금리의 폐해에 대해 지적했다.

유럽과 일본 대형은행들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반기를 들고, 국채 프라이머리 딜러 자격을 반납하거나 중앙은행 대신 대여 금고에 자금을 보관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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