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높아도 프리미엄은 붙는다

입력 2016-06-09 10:52수정 2016-06-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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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 우려에도 아파트 분양현장은 과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분석』

6월 첫주 연휴기간에 문을 연 주요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방문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일원동 현대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루체하임 모델하우스에는 연휴 4~6일 동안 2만3000여명이 다녀갔고 두산건설의 성남 가천대역 두산위브 현장에도 1만 여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첩첩산골인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대한토지신탁의 고한 센트럴하임 견본주택에도 4000여명이 찾아온 모양이다.

전국 곳곳에서 주택 공급 과잉의 후유증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신규 분양시장은 무풍지대다. 수요가 풍성하다는 수도권에서도 공급 과잉 여파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빈 아파트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나 분양현장은 여전히 과열돼 있다.

무엇 때문일까.

그만큼 돈벌이가 된다는 소리다. 당첨만 되면 돈을 번다.

삼성 래미안 루체하임을 보자. 3.3㎡당 평균 3730만원이다. 인근에서 올해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가격 3760만원보다 조금 싸고 다른 개포 재건축 4000만원대 보다 평당 300만원 가량 낮다. 중형 평형의 경우 당첨되면 5000만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성남 가천대역 두산위브도 마찬가지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59㎡형의 경우 3억4800만원 선이고 84㎡형은 4억4500만원이다. 주변 10년 된 아파트보다 200만~1500만원 가량 싸다. 이는 시세 차익이 적어도 2000만~3000만원 가량 생긴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누가 청약대열에 나서지 않겠는가. 완전 돈 놓고 돈 먹기다. 지난해 이후 주요 아파트의 경우 분양물량의 절반 가량은 분양권 전매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실수요도 있지만 프리미엄을 노린 가수요가 엄청나다는 의미다. 일정기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있지만 이것은 별 문제되지 않는다. 법망을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분양은 대부분 성공을 이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당첨자가 실수요자라면 별 문제가 없다. 입주해 살면 그만이다.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져서 그렇다. 그러나 프리미엄을 주고 산 사람은 집값이 하락할 경우 낭패를 보게 된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집값이 떨어지겠느냐고 반문할 거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강남권은 집값이 하락할 기미가 별로 없다. 워낙 호재가 많아서다. 개포 재건축 아파트는 순차적으로 분양가를 올릴 공산이 커 주변 집값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 게다가 삼성동 일대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상승기류가 더 강하다.

하지만 집값이 끝없이 오를 수는 없다. 부동산 평가 기법 중의 하나인 수익 환원법을 적용하면 더욱 그렇다. 임대료 수익을 따져 자산의 가치를 정하는 선진국형 평가방식이 도입되면 미래가치보다 지금의 수익 규모가 중요하다.

이 이론을 대입하면 가격이 어느 수준까지 오르면 그곳에서 멈추게 된다. 물론 공급 부족이나 경제 호황 등으로 물가가 크게 뛰면 가격이 더 치솟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값은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건물의 감가상각 때문이다. 재건축이 안 되는 건물은 각종 수리비를 집 주인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 공간에서 올릴 수 있는 매출은 정해져 있다.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공제하고 남는 수익이 적으면 세입자는 떠난다.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는 곳으로 가든지 아니면 임대료가 싼 상가를 찾는다. 그래야 장사하는 사람이 먹고 산다.

적자가 난다면 누가 장사를 하겠는가. 한때 핫 플레이스로 활기가 넘치던 인기 상권이 쇠퇴하는 이유도 임대료가 비싸서 그렇다. 임대료는 분양가나 거래가격을 감안해 정해진다. 상가를 10억원 주고 샀다면 투자 수익률이 투자금의 5%는 돼야 상가 주인도 남는 게 생긴다. 세금 등을 고려하면 마지노선이 3%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임대시장은 월세가 대세다. 월세수익이 얼마냐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월 임대료를 마냥 높게 받을 수도 없다. 너무 비싸면 좀 싼 곳으로 가버린다.

요즘 월세가 넘쳐난다. 너도나도 월세로 전환하는 바람에 전세는 없고 월세만 지천으로 깔렸다. 공급 과잉이라는 말이다.

임대가 잘 안되니 월세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집값도 떨어지게 돼 있다. 수익 환원법의 이론이 그렇다. 반대로 공급이 부족해 월세가 오르면 집값도 덩달아 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집은 수없이 건설될 것이다. 개발업자가 존재하는 한 주택공급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 공급량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시장은 존재한다는 의미다.

새 집이 생기면 헌집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밀린다. 다들 돈을 더 주고라도 새집에 살고 싶어 한다. 헌집은 새집보다 임대료를 확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위치가 아주 좋은 곳은 예외일 수 있다. 비싸더라도 그런 곳에 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장소는 수급 상황에 맞춰 시장이 움직인다. 시장의 흐름을 거슬릴 수는 없다. 그래서 항상 투자하기 전에 수급상황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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