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야심차게 창설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의혹 사건을 첫 대상으로 정하고 전 인력을 동원해 집중 수사하기로 했다. 그동안 상당 양의 내사 자료를 축적한 검찰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기간을 중심으로 분식 회계 의혹과 경영비리를 다각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8일 오전 서울 중고 소재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와 거제시 소재 옥포조선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 회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부실감사 의혹이 제기된 안진회계법인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범죄혐의가 확인된 상태는 아니지만, 대우조선 해양 관련 자료를 확보해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1주일여 정도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본격적인 관계자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거대 기업이 사실상 공기업처럼 운영…분식회계·경영진 비리 규명"
검찰은 그동안 6개월 여에 걸쳐 대우조선해양 경영진 비리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내사를 벌여왔다. 자산규모가 10조원이 넘는 상장기업이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는 등 공기업에 가깝게 운영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부패범죄 수사'를 표방한 특수단에서 사건을 맡았다. 특수단은 대우조선 감사위원회가 창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낸 진정 사건과 감사원에서 산업은행 출신 대우조선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이첩받아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경영 악화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규명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분식회계와 회사가 망가진 원인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측면이 있다"며 "사법적으로 범죄혐의 대상이 되는 지는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식회계라는 게 손실을 숨긴 데 본질이 있는 만큼 두 사안을 떼어서 볼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재임기간 중점 수사
특수단은 앞으로 이 업체 남상태·고재호 사장의 재임기간을 중점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남 전 사장은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후임인 고 전 사장은 2012년 4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특수단 관계자는 "특별히 두 사람을 타깃으로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두 사람의 재임기간이 9년인 만큼 그 기간을 중심으로 수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대우조선 감사위원회는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 등 경영진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회사에 2조6000억원대 손실을 입혔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을 지난 4월 창원지검에 냈다. 또 남 전 사장이 자회사 지분 인수 등 5가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끼쳤고, 자신의 지인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줬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특수단은 다만 대우조선 최다 채권 은행인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아직 범죄 단서가 없어 압수수색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현재로서는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과정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2개팀, 40여명 전원 투입…"당분간 대우조선에 집중"
지난 1월 출범한 특수단은 김기동 단장을 중심으로 1팀(팀장 주영환 부장검사)과 2팀(팀장 한동훈 부장검사)으로 직제를 나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조사 범위가 폭넓은 데다 관련 자료의 양도 방대해 1,2팀 검사와 수사관 40여명 전원이 이 사건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전 대검 중수부는 큼직한 메인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동시에 복수의 사건을 수사한 전례가 있지만, 특수단은 이번 사안을 마무리될 때까지 가용인력을 모두 동원할 예정이다.
현재 40여명 규모인 특수단은 대검 수사지원과 인력지원이나 전국 일선 청에서 인력을 선별해 몸집을 불릴 수도 있다. 수사 내용은 대검 반부패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게 보고된다. 사건 선정은 물론 수사 방향에도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된다. 사실상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고, 규모를 확대해 화력을 집중할 수 있어 대검 중수부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