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등 실질적 경영자…‘정운호 게이트’로 위기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관련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막후에서 롯데면세점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신 이사장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장녀다. 신 총괄회장은 1940년(19세) 첫째 부인 고(故) 노순화 씨와 결혼 후 돈을 벌기 위해 이듬해 홀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당시 노 씨는 신 이사장을 임신한 상태였다. 신 이사장은 유년 시절을 부친 없이 보냈고, 노 씨는 196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신 이사장을 홀로 키웠다. 신 총괄회장은 첫 딸의 유년 시절을 함께하지 못 했다는 죄책감에 신 이사장에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하며 유통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1979년 롯데쇼핑 창립멤버로 함께 했고, 영업이사, 상품본부장, 총괄부사장을 역임했다.
신 이사장은 1997년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에 오른 뒤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경영권을 주도해왔다. 신 이사장이 목소리를 냈던 30여년 간 롯데쇼핑은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달지 않았지만 모든 핵심 업무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의 행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힌 2000년대 중반이다. 신 회장이 2006년 롯데쇼핑 신임 대표이사로 오른 반면, 신 이사장은 등기임원에서 제외됐다. 그녀는 2012년 2월에는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여전히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재단 등의 계열사들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지만, 경영을 직접 좌지우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롯데 안팎의 해석이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에서 신 이사장의 지위는 여전히 무시하지 못 한다. 신 이사장이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이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열린 호텔롯데 주주총회에서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와중에 이사 자리를 지킨 것을 통해 신 이사장의 존재감을 엿 볼 수 있다. 신 이사장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의 지분이 신동주-신동빈 두 사람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 보유 지분을 계열사 별로 보면 롯데쇼핑(0.74%), 롯데제과(2.52%), 롯데칠성음료(2.66%), 롯데푸드(1.09%), 롯데정보통신(3.51%), 롯데건설(0.14%), 롯데알미늄(0.12%), 롯데카드(0.17%), 롯데캐피탈(0.53%), 대홍기획(6.24%) 등이다. 또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 (4.1%), 롯데정보통신(1.0%), 롯데캐피탈(0.48%) 등 롯데계열사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한편,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좋은 자리로 옮겨달라는 명목으로 브로커 한씨를 통해 정운호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