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바뀐 OPEC 맹주…사우디 신임 석유장관 입에 쏠리는 눈

입력 2016-06-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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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입’ 역할을 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 20여년 만에 교체됨에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알리 알 나이미 전 사우디 석유장관의 후임인 칼리드 알 팔리는 현재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회장이자 석유광물자원장관을 겸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지만 대체로 과묵하고 발언에 신중하다는 평가다.

이에 지난 20여년간 이어져온 OPEC 총회의 풍경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OPEC 총회가 열릴 때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알 나이미 장관이 새벽에 수십명의 보도진을 대동하고 빈의 대로를 산책하며 얘기를 했고, 그의 말 한 마디에 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알 팔리 장관은 매우 과묵한 성격으로 2일(현지시간) 열리는 OPEC 총회 참석 차 이미 지난달 30일 빈에 가장 먼저 도착했지만 옆문을 통해 호텔에 들어가며 보도진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또한 그는 호텔에서 멀지 않은 OPEC 사무국을 방문해 총회가 열리는 회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알 팔리 장관이 시장에 오해를 줄 수 있는 발언을 언론에 말하는 것에 대해선 특히 신중하다며 총회 합의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임자인 알 나이미의 존재감이 컸던 만큼 알 팔리 장관이 후임으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 나이미는 1995년 이후 석유장관을 지내면서 빈 뿐 아니라 사우디 리야드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앙골라 수도 루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등지에서 70회에 걸친 OPEC 총회에 참석했다. 그때마다 언론사와 방송사 기자, 카메라맨들이 떼로 몰려 다니며 그의 짧은 성명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고, 심지어 그런 진풍경을 본 관광객들은 할리우드 스타가 나타났나 싶어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알 나이미 장관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의 석유정책에 관한 실마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별한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그가 밝은 모습일 때는 유가가 강세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침울하면 그 반대를 시사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이번 OPEC 총회에서는 유가 정상화를 위한 원유 수급 안정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산유량 동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4월에 열린 주요 산유국 회의에서도 결렬된 만큼 이번에도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를 넘나들면서 되레 각국의 증산 욕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의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OPEC의 수급 조정 기능은 부전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올 1월에 국제사회에서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제재로 잃은 점유율을 되찾을 권리가 있다며 사우디와 이라크에서 고객을 빼앗으려 증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4월에는 생산량을 하루 356만 배럴로 1월에 비해 50만 배럴 이상 늘려, 제재 이전과 같은 수준인 400만 배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다 대아시아 지역 수출 가격을 인하하는 등 점유율 회복 싸움 탓에 증산 동결에 응할 기색은 없다.

무엇보다 OPEC 맹주인 사우디의 석유장관 교체 리스크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산유량 동결 합의에 실패한 4월 주요국 회의에서는, 증산을 계속하겠다는 이란에 대한 적대감에 사로잡힌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가 알 나이미의 의향을 막판에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알 나이미가 빠지면서 수급 조정에 소극적인 모하메드 왕자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돼 증산 동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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