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패스포트 도입 앞둔 금융당국의 한숨…“규모의 경제 효과는 미미”

입력 2016-06-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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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이후 개별 기업과 금융산업 전반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전체가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1일 금융감독원은 전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ARFP) 제도 도입과 관련한 업계 설명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설명회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한 오용석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장은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만 잘 챙긴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플러스(+) 요소가 더 많겠지만 금융투자회사와 산업 전반은 그보다 더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호주나 일본은 우리보다 펀드산업이 성숙한 나라”라며 “해외 자산운용사에 입지를 뺏긴다면 자산운용산업의 기반 자체도 와해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는 2000년 초반 논의가 시작돼 2013년에서야 한국·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 4개국 실무그룹이 형성됐다. 초기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드러냈던 싱가폴과 홍콩은 자국 산업 보호 등 여러 조건에서 불협화음을 내다 최종 협상에서 빠졌다. 지난 4월 28일 한국·호주·일본·뉴질랜드 4개국만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금융위는 이달 30일 양해각서가 발효되면 18개월간 법령·제도 정비 등을 거쳐 2018년 중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를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펀드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자산운용업사는 해외 진출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호주, 일본 등에 비해 성숙하지 않은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잠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국내 운용사가 해외에서 눈여겨 볼만한 펀드 투자를 이끌어낸 사례가 없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에서 운용 경쟁력이 한참 뒤떨어진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자산운용산업과 자본시장 발전이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의 목적이지만 사실상 규모효과는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해외 자본이 들어와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보수가 감소하더라도 운용사 규모가 커지면서 상쇄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수요 창출 가능성 면에서는 역외펀드 판매 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펀드 시장 규모보다 1~7% 정도 해외 펀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5%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연구원은 “투자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운용업계의 핵심 과제”라며 “해외 운용사와 비교해 운용역량이 부족하면 장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도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각 다르다”며 “이미 국내 시장에서 ETF를 독과점하다시피 한 삼성·한투·미래 등 대형사와 국내 시장 분석에 특화해 가치주를 투자하는 몇몇 운용사들은 해외 운용사에 내세울 무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가 펀드를 설정할 때 골라 담을 만한 상품을 가지고 있거나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운용사와 싸울 만큼 운용능력을 갖춘 국내 운용사는 아마 열 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라며 “나머지 회사들은 사실상 앞이 깜깜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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