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각]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나

입력 2016-06-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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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부진해지기 시작한 2008년부터 정부는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을 거의 모두 동원했다. 우선 이명박 정권은 재정지출을 2007년 207조 원에서 2012년에는 293조 원으로 늘렸다.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무려 22.5%를 기록해 그 이전 정권보다 두 배 이상에 달했다. 그럼에도 국내 경기는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그 바람에 국가 채무가 500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재정위기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박근혜 정권에서는 그 증가율이 평균 3%대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둘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07년의 5.0%에서 1.5%로 떨어뜨렸다. 뿐만 아니라, 화폐발행액은 2008년 이후 2015년까지 약 2.9배가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14.2%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성장률의 약 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그 이전에는 화폐발행 증가율이 성장률의 두 배를 넘지 않았고, 그 배율도 꾸준히 떨어졌던 것이 그동안의 역사적 경험이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지난 8년 동안의 화폐발행이 얼마나 크게 증가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양적완화 정책을 획기적으로 그리고 줄기차게 펼쳤던 것인데, 국내 경기는 여전히 살아나지 못했다.

셋째,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며, 정부는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R&D 투자 비중은 4.9%로, 세계 1위 수준에 달했다. 이 정도라면 성장잠재력도 크게 향상돼 성장률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해야 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세계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이 현 실정이다.

넷째,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며 정부는 지난 8년 동안 환율방어 정책을 치열하게 펼쳤다. 그래서 2007년에 연평균 929원이던 환율이 최근에는 1190원대를 넘나들며 당시보다 30% 가까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잠시나마 호조를 보였던 수출은 장기적으로 점차 부진해졌고 급기야 최근 그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성장률 역시 2%대로 뚝 떨어져 국내 경기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다섯째,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취업난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는 일자리 창출정책을 다양하게 펼쳤다. 하지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자랑하는 좋은 일자리는 좀처럼 증가하지 않고 일용직이나 임시직 등의 일자리만 다소 증가했을 뿐이다. 오히려 청년실업률은 12.5%로 높아졌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고 효과까지 의문스러운 청년고용 할당제를 거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 화폐발행 증가와 금리 인하 등의 약적 완화, 고환율 정책, 일자리 창출 정책 등 온갖 노력을 치열하게 기울였음에도, 국내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간단히 말해, 국내 경기를 하강시키는 막강한 경제변수가 작동하지 않고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경제변수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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