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감별 필요한 왕서방 투자 행렬

입력 2016-05-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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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지난해 중국에서 해외로 유출된 자금은 1조 달러, 우리 돈으로 12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자금은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가장 많은 중국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호텔, 보험사, 부동산은 물론 심지어 올해 초에는 미국 시카고증권거래소까지 인수를 시도했다. 올해 중국의 미국투자 규모는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자금이 이렇게 해외로 나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도한 세금,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기 위한 부자들의 해외 이탈,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비롯해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정책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많은 중국 부자들이 대부분 부정한 방법으로 성장을 했고, 정치적 또는 포퓰리즘으로 누구든 걸리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한 탓인지 오늘 이 순간에도 중국에서 많은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자금이다.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있는 중국 자금은 채권투자가 가장 많다. 채권투자는 대부분 중국의 금융기관 등을 통한 투자로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곳은 주식시장이다. 중국 자금들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아예 기업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투자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장사에 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한 일부 지분 투자가 많다. 해외에서 중국이 투자하는 규모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다. 몇 억원에서 수십억원 정도의 투자 규모가 꽤 이뤄지고 있다.

중국 자금의 직접 투자도 있지만 홍콩을 거쳐 여러 투자자가 몇 억원에서 몇 십억원 모아 국내 상장사에 투자하는 예도 많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투자가 아닌 환치기 또는 중국 내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도피성 자금도 끼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상장사 관계자들 가운데는 이와 같은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들 자금은 투자 이후 수익이 얼마가 되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이들은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일부 상장사에서는 투자원금 보장각서를 요구받기도 했다고 한다.

단순히 부동산 투자보다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명목이 중국 정부의 외환반출 허가를 받기도 쉽고 또 국내 상장사 투자는 이를 처분해 현금화하기도 쉽다.

그래서 앞으로 국내 사채업자 돈을 써서 국내 조폭에 시달리는 상장사 대표들보다 중국 삼합회 조폭에 시달리는 상장사 대표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원금보장의 가장 큰 문제는 원금 상환이 어려워지게 되면 회사 돈으로 상환해 줌으로써 횡령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런 중국 자금의 문제는 이를 이용한 주가조작이다. 중국에서 투자한다고 하면 해당 상장사 주가는 급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얼마든지 환치기 또는 실제 투자금이 아닌 원금보장 형식의 자금을 들여와 주가를 띄우고자 하는 유혹이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상장사에 투자된 자금이 모두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십억원 단위의 투자는 금융당국에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도 무조건 중국에서 투자한다고 해서 ‘묻지마’ 매수에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중국 투자자가 해당 상장사와 사업적인 연관이 있는지, 투자금액과 보호예수 기간 등 여러 부분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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