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수요 많아 당분간 상승세 유지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아파트 분양가는 고삐 풀린 듯 계속 치솟고 있다. 공급물량이 너무 많아 조만간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국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4월 기준 3.3㎡(1평)당 917만73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00만원 대에 머물던 분양가는 지난 1월 900만원 대로 접어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1000만원 대로 진입할지 모른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상승폭은 더 크다. 1년간 9.5% 올랐다. 1월 2000만원 대를 넘어섰고 4월 현재 2060만원 선으로 뛰었다. 개포동과 같은 강남권 인기지역의 재건축 아파트가 분양가를 계속 끌어 올릴 여지가 많아 2100만원 대 진입도 얼마남지 않은듯 싶다.
소형 주택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3.3㎡당 분양가는 더 높다. 전국 평균 수치는 926만원이고 서울은 2184만원이다. 소형 아파트가 평당 가격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서 벌어진 결과다. 분양가를 올려도 살 사람이 있는데 누가 분양가를 내리겠나. 수요가 어느정도 존재해도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게 돼 있다. 장사의 속성이 그렇다.
분양가를 큰 폭으로 높여도 정부가 대놓고 제동을 걸 수 없다. 사업승인과정에서 어느정도 조율이 가능하겠지만 재건축과 같은 민원인 많을 때는 그것도 쉽지 않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으면 기존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격 동반 상승 현상이 생긴다. 새 아파트만큼은 아니지만 중고 주택도 덩달아 뛰게 된다는 얘기다.
당분간 강남의 고 분양가 현상은 서울을 집값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먼저 강남 아파트 값이 뛸게 분명하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다른 곳도 영향을 받게 된다. 주택경기가 받쳐주면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서 ‘강남 동조’ 현상이 예전 같지 않다. 과거에는 강남이 전국 집값을 주도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했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다음은 수도권, 지방으로 상승기류가 퍼져나갔다.
이제는 그런 파급력이 많이 쇠락했다. 주택공급이 많아서다. 집이 남아도는 지역은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새 아파트는 다소 바람을 타겠지만 전반적으로 그렇지 않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게 뻔하다.
좋은 곳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 배경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어쩌면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아파트도 등장할지 모른다. 심한 경우 단독주택처럼 땅 값만 남고 건물 값은 쳐주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재건축 기대로 오히려 가격이 더 높은 단지도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아! 옛날이여”라고 과거의 영광을 반추할지 모른다.
재건축의 채산성이 없어지면 헌집의 구매력은 한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관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고장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보수비용이 자꾸 들어가니 그렇지 않겠는가.
이쯤 되면 다들 다른 곳으로 이주하려고 할 것이다. 전세들 사람도 줄어들어 가격이 떨어지고 어느 시점에 가면 빈 집으로 남겨둬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지 않아 그 심각성이 실감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경남 거제시를 한번 가봐라. 빈 집이 지천에 깔려 있고 짓다만 연립주택 현장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