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트럼프 ‘막말’로 알아봅시다… 한국의 '업종별 기상도'

입력 2016-05-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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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말 제조기’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4일 워싱턴 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매직넘버보다 한 명 많은 1238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습니다.(AP/뉴시스)

이러다 정말 일(?)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대선 말입니다. ‘막말 제조기’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후보 공식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를 달성했다고 하네요. 아웃사이더인 줄로만 알았던 그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에 확정됐다는 얘기입니다. 민주당 인사이더 힐러리 클린턴도 아직 얻지 못한 꿈의 숫자인데 말이죠.

아무래도 준비를 좀 해야겠습니다. “설마 당선되겠어?”하며 줄곧 무시 모드로 일관했는데,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미국 정치판에서 ‘칼레의 기적’을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의 ‘막말’ 속에서 우리나라 업종별 희비를 예측해 보겠습니다.

◇ITㆍ자동차: 비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 (이달 1일 인디애나주 유세)=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비판한 말인데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그래서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을 연기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폐기하자고 주장합니다. 자유무역 때문에 미국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우리나라는 TPP 비회원국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FTA가 재협상에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자동차 업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관세 혜택이 사라지고 판매지역 다변화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겠죠.

정보기술(IT) 업종도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최근 트럼프가 삼성ㆍLG전자를 거론하며 “한국경제는 괴물”이라고 공격했죠. 한국 IT기업에 대한 반감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물론 애플이 ‘메이드 인 USA’로 제조 근거지를 옮기면 삼성전자(베트남 생산)의 가격 경쟁력은 더 부각될 수 있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저소득층이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외치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에너지: 흐림
△“파리협약 폐기하고 UN 녹색기후기금 지원 중단” (이달 26일 노스다코타주 석유업 콘퍼런스)= 트럼프의 필승 전략은 에너지 가격 급등입니다. 미국의 경제 부진이 저유가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화석연료 In-신재생 에너지 Out’을 주장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폐지하고,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캐나다 앨버타 주 원유생산지와 미국 텍사스 주의 멕시코만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찬성하면서 말이죠. 수ㆍ풍력, 태양광 관련 설비를 생산하는 국내 신에너지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블룸버그ㆍ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방산: 흐리다 갬
△“한국 방위 분담금 쥐꼬리만큼 내” (올해 1월 버지니아주 대학 유세)= 트럼프는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방위 분담금을 너무 적게 낸다는 거죠. 방위분담금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방산업체 부담은 커집니다. 정부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미국에 줄 돈이 많아지면 방위력 개선비가 줄어들 테니까요. 무기를 사고 개발하는 데 쓰이는 돈 말입니다. 그러나 그 여파는 계속되지 않을 겁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방산업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출도 많아지고 있다 하죠.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겁니다.

◇헬스케어: 맑음
△“오바마케어 폐지” (올해 2월 ABC방송 인터뷰)= ‘오바마케어’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입니다.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걸 골자로 하죠. 핵심은 약값 규제인데요. 트럼프는 이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겁니다. 미국 국민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다시 떨어지겠지만, 우리나라 개미(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규제 완화=호재’죠. 약값 규제가 풀어지면 국내 헬스케어 업종도 수혜를 입을 겁니다.

◇번외편 기준금리: 화창
△“난 부채왕. 돈 찍어서 미국 빚 해결” (이달 10일 CNN방송 인터뷰)= 트럼프는 지금의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세계 경제 대통령’ 재닛 옐런 연준의장의 긴축 정책과 반대되죠. 우리에겐 긍정적입니다. ‘6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설’ 속에서 구조조정 화마를 떠안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여유가 생기거든요. 인하 여력이 커진다는 겁니다. 지난 20일 이투데이에 실린 ‘미국 6월 금리인상 시사…구조조정 화마 속 꼬여가는 통화정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출처=블룸버그ㆍSK증권 리서치센터)

*친절한 용어 설명

△매직넘버(Magic Number)란?
미국의 대의원(delegate)은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각 주의 대의원 수는 그 주의 당원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거의 주 인구수에 비례합니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선 과반수가 넘는 대의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매직넘버’라고 합니다.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공화당은 1287명이고요. 힐러리와 버니 샌더스가 맞붙고 있는 민주당은 2383명입니다.

△TPP(Trans Pacific Partnership)란?
태평양 연안의 광범위한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입니다. 무역장벽을 무너뜨려 아시아의 경제 통합을 이루자는거죠. 관세철폐와 해외투자 보호, 서비스부문 무역, 지적재산권 등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규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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