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관계사들의 동반 충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대규모 추가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은 25일 여의도 본점에서 한국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석한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어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STX조선 다음 주 부도…법정관리 신청=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2013년 4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지 38개월 만에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된다. 채권단은 공동관리 이후 3년간 4조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더불어 1조2000억원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해줬다. 그러나 STX조선은 매년 영업손실을 내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엔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더 이상의 지원은 무의미하다며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채권단에서 이탈했다. 이후 채권단에는 대주주인 산은(48%)을 비롯해 수은(21%), 농협(18%) 등만 남게 됐다.
이날 채권단은 STX조선의 재실사 결과 초안을 바탕으로 향후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했다.
채권단은 조선 경기 침체 장기화, 원가 구조 취약, 우발채무 등으로 인해 STX조선의 자율협약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던 신규 수주를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는 지원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산은 측은 "STX조선에 대한 외부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5월 말에 부도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잔여 선박을 정상 건조해 인도금을 수취하더라도 추가적으로 7000억원~1조2000억원의 건조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신규 수주가 없고 급격하게 건조 물량이 감소할 경우 부족자금 규모 확대는 물론 정상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과거 부실 수주한 선박의 건조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해외 선주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관련 가압류 등을 추진하고 있어 공정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산은 측은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못박았다.
◇금융채무만 6조원, 관계사ㆍ협력업체까지 피해 눈덩이= STX조선이 법정관리행을 선택하게 되면서 채권단은 대출금, 선수금환급보증(RG) 등 총 6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RG는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회사에서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계약이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선주들은 선박 건조가 더이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금융회사에 RG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채권은행별로는 산은이 RG를 포함해 3조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 1조3200억원, 순은 1조2200억원이다. 이들 은행은 STX조선에 대한 채권을 고정으로 분류해 절반 정도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법정관리 이후 STX조선의 관계사들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입을 피해가 눈덩이 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도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STX중공업 등 관계사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STX중공업, STX엔진, (주)STX는 정상화 방안에 따라 기존 지분 감자 및 채권단 출자전환 등을 완료해 STX조선과는 지분 관계가 단절된 상황이다.
그러나 STX중공업은 STX조선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 (주)STX는 STX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에 대한 이행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은은 STX조선을 비롯한 관계사의 동반 회생절차 시 국내 은행의 추가 손실은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 후 이들 관계사의 영향을 신속히 파악해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회생ㆍ청산 여부 법원이 결정= STX조선은 법정관리 신청 안건은 다음 주 초 채권단에 정식 서면 부의된다. 최종 결의되면 STX조선은 곧바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다. 이후 법원은 STX조선의 채권ㆍ채무를 모두 동결한 후 기업 존손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산은은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단 손실 최소화 및 회사의 정상 가동을 위해 현재 건조 중인 선박(총 52척)의 정상 건조를 최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법원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강도 높은 인적, 물적 구조조정을 실행, 고정비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방침이다.
특히 회생절차 하에서 생존 기반 확보 및 정상 가동이 가능한 경우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재편 과정에서 블록공장 전환 등 별도 활용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