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옥바라지 골목과 박원순 서울시장

입력 2016-05-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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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사회경제부 기자

▲정경진 기자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를 중단하겠다, 내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도 좋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강제철거가 진행되던 옥바라지 골목으로 불리는 무악2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작업을 강제중단시키면서 한 말이다.

옥바라지 골목은 일제 강점기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가족들이 면회를 기다리며 정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옥바라지 골목, 혹은 옥바라지 여관 골목이다.

이에 옥바라지 골목이 있는 무악2구역의 재개발을 놓고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및 재개발 반대 주민들과 재개발사업 조합 측의 충돌이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 결국 법원이 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날 강제집행이 이뤄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때 극적으로 등장하며 강제철거를 중단시켜 ‘옥바라지 영웅’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박원순 시장이 옥바라지 골목 지키기에 나선 것이 상당히 뒤늦은 개입이라는 점이다. 조합이 법적 절차를 다 끝내기까지 서울시가 수차례 인·허가를 해줬고 심지어 법원의 허락마저 받은 상황에서 이 같은 액션은 오히려 전시행정에 가깝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받는 박원순 시장의 이러한 전시행정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청년층 표를 의식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역세권 2030청년주택’은 서울시의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해 결국 사업설명회가 일정 공지 없이 연기된 상태다. 옥바라지 골목 역시 철거작업은 중단됐지만 무악2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실제적인 협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많은 이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박 시장의 철거중단 행동이 후속조치 없는, 그저 한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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