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과 국민은행 조사 수치 너무 달라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세상의 흐름을 읽으려면 통계수치를 잘 분석해봐야 한다. 경제 상황은 물론 시장의 트렌드의 해석은 통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계는 굉장히 중요하다. 국가가 직접 통계자료를 챙기고 발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기관의 통계수치가 현실과 다르다면 어떻게 될까. 여러 분야에서 오류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지 모른다.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은 매달 각각 주택가격 상승률을 발표한다. 그러나 두 회사의 발표 수치가 너무 다르다.
올들어 4월까지 발표된 이들 회사의 통계수치를 보자.
감정원 자료에는 전국 주택값은 평균 0.06%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0.22%다. 두 회사 모두 집값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지만 상승폭은 무려 3.7배 차이가 난다.
수도권 수치도 그렇다. 감정원은 0.08%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국민은행은 0.33%라고 발표했다. 이 부문에서도 4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서울을 보자. 감정원은 0.14% 올랐다고 했고 국민은행은 0.39% 상승했다고 말한다.
어느 기관의 수치를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
정부의 공식 통계는 감정원 자료다. 3년 전만 해도 국민은행 수치가 정부 통계로 활용됐다. 국민은행 자료는 금융회사들이 주택담보 대출금액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감정원측은 국민은행 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중개업소가 얘기하는 가격 이른바 '호가' 위주로 자료가 분석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튼 감정원 수치를 감안할 때 주택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정도면 보합세다.어쩌면 주택시장이 점차 위축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정도의 수치는 주택사업이나 투자를 멈춰야 한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몇달간 집값 상승폭이 둔화되는 것으로 나오면 이는 주택시장의 침체를 예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집값 상승폭은 여전히 높은 수치다. 지난해보다는 못하지만 요 몇 년간 평균치를 볼 때 상승률이 결코 낮지 않다.
이는 위치와 상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투자를 당분간 지속해도 별 무리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어느 회사 자료를 믿을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통계는 없어져야 한다. 국가 공식 통계든 일반 기업이 조사한 자료든 다 마찬가지다. 관련 자료를 이용하는 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