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덧칠 한 번에 그림값 10배 껑충? 미술품 가격의 비밀

입력 2016-05-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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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화가 조영남.(연합뉴스)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가 '대작(代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무명의 작가 A씨는 조영남 씨가 대작 작가인 자신의 그림에 덧칠과 서명만 한 뒤 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에게 준 돈은 작품 당 1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조영남 씨는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사기죄가 성립되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림값 도대체 어떻게 결정하는 거야?”

기사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그림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인 것 같지만 사실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작품의 가치를 넘어 투자의 수단이 되기도 하니까요. 미술학계에서는 그림의 가격 결정 요소를 통상 △작품 △작가 △외부 요소(경제ㆍ유통 환경)로 구분합니다.

작품 요인부터 살펴볼까요? 그림 가격을 매기는데 가장 중요한 건 ‘아름다움’입니다. 예술적 가치 말입니다. 작가의 화풍이 당시의 시대상과 얼마나 들어맞는 지가 관건인데요. 최근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우리나라 ‘단색화(Dansaekhwa)’ 기법이 주목받고 있죠. 지난해 10월 홍콩 경매시장에서 역대 최고가(약 47억21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 화백의 ‘19-Ⅶ-71 #209’가 대표적입니다. 이 그림은 반복적 행위를 통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복잡한 현실을 부정하는 거죠.

같은 작가가 그린 비슷한 화풍의 그림이라면 크기가 큰 게 비쌉니다. 이를 ‘호당 가격’이라고 하는데요. 엽서 크기인 ‘1호’가 최소단위입니다. 이 밖에 △얼마나 잘 보존돼 있는지 △재료는 무엇인지(유화 또는 수채화) △어떤 소재 위에 그렸는지(캔버스 또는 나무패널) 등도 그림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김환기 화백의 ‘19-Ⅶ-71 #209’(출처=서울옥션)

누가 그렸는지도 아름다움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번 조영남 씨 대작 논란도 ‘작가적 요소’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우선 잘 알려진 작가일수록 그림값이 비쌉니다. 전시ㆍ수상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평론가들이 어떤 평을 내렸는지가 척도로 활용되죠. 작가의 서명도 작품 신뢰도를 높이기 때문에 중요한 가격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작가의 생존 여부입니다. ‘사망 효과(Death Effect)’란 말이 있을 정도죠. 희소성 때문인데요. 작가의 사망은 그의 작품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하는 것(한정성)을 뜻합니다. 지명도가 있었던 작가였다면, 찾는 사람은 많아지게 되고 가격은 크게 올라갑니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의 경우도 그가 숨을 거둔 후 작품 가격이 수십 배나 뛰었다고 하죠.

작품의 유통과정도 작가와 작품 못지않게 중요한데요. ‘믿을 만한 경매회사를 통해 작품이 매매됐는가’가 핵심입니다. 전 세계 500여개가 넘는 경매회사 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곳은 미국의 크리스티(Christie)와 소더비(Sotheby)라고 하네요.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Campbell’s Soup Can)(뉴시스)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
‘살아있는 현대 미술의 전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포스트 모던 키치의 왕’ 제프 쿤스(Jeff Koons)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십니까?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붓을 든 건 조수죠. 명백한 대작(代作)이지만, 이들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 십 년간 업계 관행으로 굳어진 것에 이제 와 사람들이 발끈하는 이유가 뭘까요? ‘100% 조영남의 그림’이라고 믿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 아닐까요?

앤디 워홀처럼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먼저 말했다면, 지금과는 분명 달랐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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