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왈가왈부] 자본확충과 금리정책은 별개? 만장일치와 금리인하는 별개!

입력 2016-05-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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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로 동결했다. 관심을 모았던 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은 없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지던 인하 소수의견이 4개월만에 사라진 셈이다.

다만 이는 4명의 금통위원이 동반 퇴진한데다 신임 인사가 취임한지 불과 20여일 남짓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금통위원들이 자기 색깔을 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 2012년 7월 전임 금통위원 네 명이 취임한지 불과 3개월만에 만장일치 동결에서 전격 인하를 보였었던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날 금통위에서는 ‘기업구조조정’이 통화정책방향(통방) 문구에 명시됐다. 지난 4일 첫 회의가 있었던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관계기관간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 결과에 따라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는 국책은행에 자본확충을 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늦어도 다음달말까지 결론 내기로 한 바 있다.

결국 이달 금통위는 경제상황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한국판 양적완화로 알려진 해운과 조선사 구조조정 진행 상황에 따라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금리인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성이 커 일단 지켜볼 필요는 있다는 판단이다.

▲사진설명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인하 가능성 일단 열어두기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통방 등 문서와 이주열 한은 총재 기자회견 곳곳에서 이같은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내경기와 관련해서는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나 향후 성장경로상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해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배포했던 지난 3월과 똑같았다. 통방에서도 “국내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해 지난달 “개선흐름을 나타낼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주열 총재도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한달전에 (경제를) 전망했다. 그 이후 한달간 상황을 보면 아직 그 전망을 바꿀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런 흐름을 계속 이어갈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서도 완화적임을 분명히 했다. 과거 “부족하지 않다”와 “완화적”, “충분히 완화적”이라는 수사어구의 변화에 대해서도 금리정책의 시그널로 받아드리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다만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언급도 같이 했다.

이 총재는 “표현 하나하나가 직접적으로 금리 정책 시그널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면서도 “과거 부족하지 않다, 완화적이라는 판단 하에서도 금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 한국판 양적완화 논의가 최대 변수

향후 금리결정의 최대 변수는 대내변수, 특히 기업구조조정이 될 것임도 시사했다. 우선 통방의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한 종합판단 부문에 “기업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명시했다. 이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리정책도 재정정책, 구조조정 정책과 같이 가야만 효과가 크다”고 언급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경제 불확실에 대한 관심도 대외에서 대내 요인으로 바뀌었다. 불확실성 요인에 “경제심리 개선”,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투자심리 약화” 등을 명시했다. 이는 지난 3월 “유가향방”과 “주요국 통화정책”, “글로벌 경기흐름” 등을 언급했던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미 연준 금리인상 여부가 한은 금리 결정시 고려해야 할 중요 변수중 하나다”라고 전제하면서도 “1대 1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금리정책간 관계도 사실상 별개가 아님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자본확충과 금리정책은 별개 사항”이라고 밝히면서도 “다만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파급되는 실물경제 금융시장 영향은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분명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내수위축과 경기부진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후자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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