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증권사 통합 과정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현대증권 인수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써 통합(KB투자증권+현대증권) 증권사 사장에 낙하산설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오는 31일 현대증권 인수잔액을 납부한다.
이와 관련, KB금융지주는 당분간 ‘두 증권사’ 체제를 검토하고 있다.
합병시 KB투자증권이 어렵게 획득한 중소기업 특화증권사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중기 특화 증권사 6곳을 선정하며, KB투자증권이 현대증권과 합병 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되면 자동으로 자격이 상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사실상 현대증권은 이동철 KB금융지주 전무가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철 전무는 국민은행 뉴욕지점장, KB금융 전략기획부장, KB금융 경영관리부장, 전략담당 상무를 지냈다. 과거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등 KB금융 내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으로 꼽힌다. 임영록 전 회장 취임 당시 물갈이에 따라 옷을 벗었으나 윤종규 회장 체제 후 KB생명보험 부사장을 거쳐 지주로 복귀했다. 이번에 현대증권 인수를 성공하며 화려하게 복귀 신고식을 치뤘다는 평을 받는다.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이 통합증권사를 실질적으로 총괄할 가능성도 있다.
전 사장은 재정경제원과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등을 거쳐 지난 2008년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2014년 KB투자증권 사장으로 선임된 그는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연말 임기가 종료된다.
일반적으로 통합증권사의 사장은 인수기관 측 인사가 차지해왔다. 이동철 전무나 전병조 사장 등이 거론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대우증권 인수를 완료한 미래에셋금융그룹(미래에셋대우)은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박현주 그룹 회장이 대우증권 회장으로 이동하고,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으로 복귀해 미래에셋대우와의 합병을 지휘하고 있다.
KB통합 증권사에 외부인사가 영입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정치인 출신 A씨, 청와대 고위직 B씨, 전직 고위 관료인 C씨 등이 자천 타전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KB금융의 회장과 행장 분리시 행장으로 거론됐던 인물들이다.
KB금융은 최근 은행 감사 자리를 두고 낙하산설에 휩싸인 바 있다.‘KB사태’ 이후 1년 4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국민은행 상임감사에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편, 계열사 사장은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선출된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사내이사 2명(윤종규 회장, 이홍 부행장)과 사외이사 3명이 참여한다. 사실상 윤종규 회장과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의논해 계열사 사장을 정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