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어린이집 설치 안 하나, 못 하나…이행강제금 실효성 떨어져

입력 2016-04-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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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동 현대캐피탈 본사 내 어린이집 더 키즈(the KIDS)에서 원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의 보육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강화됐지만 국내 500인 이상 근로자를 둔 사업장 상당수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직장어린이집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말 기준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 178개소의 명단을 29일 발표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근로자 500명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사업장 단독 또는 공동으로 설치하거나 지역의 어린이집에 근로자 자녀를 위탁 보육하는 형태로 보육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명단 공개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1년에 최대 2억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이행강제금 규정을 도입, 제재가 강화됐다.

보건복지부의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기준 대상 사업장 1143곳 중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위탁보육(상시근로자의 영유아의 30% 이상)을 하는 등 설치 의무를 이행한 곳은 52.9%(605곳)에 불과하다. 대상 사업장의 절반에 가까운 538곳(47.1%)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어린이집과 위탁 계약을 체결한 곳은 2.3%에 그쳤다.

복지부는 미이행 사업장 538개소 중 설치 중이거나 위탁보육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소명한 360곳을 제외한 178곳의 명단을 이번에 공개했다. 또다른 146개 사업장은 조사에 응하지 않아 설치 의무를 이행했는지, 이행하지 않았는지도 판정하지 못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어기는 사업장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데도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지지부진 한 것에 대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명단을 공표한 지 올해로 4회째지만 기업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행강제금 부과도 법령에 ‘반드시 부과해야 한다’가 아니라 ‘부과할 수 있다’고 해 지자체의 재량으로 남겼다.

명단에 따라 각 관할 지자체는 이들 사업장에 대해 실사를 진행하고 이행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계속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게는 1년에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이행강제금 부과금액도 최대 상한은 매회 1억원이지만, 영유아 수에 따라 감액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행강제금 산식에 따라 사업장 근로자의 영유아 자녀수가 100명인 경우 5655만원, 50명인 경우 2827만원으로 각각 감액된다. 기업 입장에서 영유아 자녀수가 200명이 넘어야 1억원을 부과 받는 셈이다.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다보니 기업들이 어린이집을 짓는 것보다 차라리 과태료를 내겠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미이행 사유로 '장소 확보 어려움'(25.0%)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사무실을 마련해 사용하고 있음에도, 보육 지원에는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 국장은 “직접 설치하지 않더라도 여러 대안이 있음에도 조사에 불응한 사업장 146곳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행강제금 등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실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관리ㆍ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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