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애플도 어렵다는데”…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과 피자의 크기

입력 2016-04-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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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앞으로 3개월간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겠습니다.”

오늘(28일) 삼성전자 공시입니다. 지난해 공언한 11조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소각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는 내용이죠. 앞서 삼성전자는 2차례 자사주 매입을 통해 7조4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소각했는데요. 이번 약속을 제외하면 1조9000억원 남았습니다. 연말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주가상승 요인’인데 오늘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어제보다 3만9000원(3%) 떨어진 126만1000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1차 때(매각 계획 발표 당일 0.95%)도, 2차 때(2.55%)도 주가가 떨어졌네요.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친화 정책인데, 정작 투자자들은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의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말 그대로 ‘자사주를 사들인 뒤 주식 가치를 없앤다’는 뜻입니다. 사라질 ‘소(消)’, 물리칠 ‘각(却)’이죠. 불태워 없애는 소각(燒却)이 아닙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물량이 줄어듭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주가는 상승하죠. 하지만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만으로 주가가 다 오르는 건 아닙니다. 시원찮은(?) 회사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면 투자자들은 “이참에 팔아치우자”라고 생각하겠죠. “언젠가 다시 내놓지 않을까?”하는 의심도 합니다.

소각은 이 같은 불안감을 없애주는 추가 장치입니다. 회사 가치는 전과 다름이 없는데, 자사주를 태우면 총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오르니까요. 그래서 자사주 매입 소각은 배당과 더불어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 가치는 전과 다름이 없는데’가 포인트입니다. ‘가치=실적’이죠. 삼성전자 1분기 성적표를 한번 볼까요? 훌륭합니다. ‘갤럭시S7’ 인기에 힘입어 6조7000억원(영업이익)이나 벌었다고 합니다. 증권사 전망치(약 5조170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네요.

(출처=애플 홈페이지)

“애플도 1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는데….”

주식은 미래가치를 따집니다. 과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벌 수 있는가’가 핵심이죠. 오늘 주가가 떨어진 건 투자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시총 1위’ 애플도 1분기 매출이 12%(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넘게 줄었는데,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거죠.

애플의 하락 반전은 삼성전자에게 기회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합니다. 먼저 1분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갤럭시S7’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던 애플이 지난달 보급형 모델 ‘아이폰SE’ 내놓았습니다. 물량을 못 댈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조기 출시로 신제품 카드를 소진한 상황입니다. ‘아이폰SE’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환율도 걸림돌입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원화약세로 약 4000억원(영업이익)의 환효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이 약화되고,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달러약세’ 분위기가 번지고 있습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오르겠죠. 실제 지난달 원ㆍ달러 환율은 8% 넘게 떨어졌습니다.(원화가치 상승)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도 무시할 수 없죠. 1년 전 3달러를 넘어서던 D램(DDR3 4Gb) 가격은 최근 1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졌습니다. 낸드플래시(64Gb MLC)도 2달러에서 1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했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처=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미국의 야구영웅 요기 베라(Yogi Berra) 아십니까.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명언을 남겼죠. 유명한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요. 한날 요기 베라가 레스토랑에 갔는데 웨이터가 “피자를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고 물었답니다. 그는 “8개는 배가 너무 부르니 4개로 잘라 주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어떻게 잘라도 피자 한 판의 크기는 같다는 걸 농담으로 맞받아친 거죠. 자사주 소각도 똑같습니다. 주식 수보다 더 중요한건 회사의 가치입니다. 성장성 말입니다.

여러분은 삼성전자의 피자 크기(기업가치)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소각’이 아닌 ‘신사업’ㆍ‘신제품 개발’ㆍ‘대규모 연구개발(R&D)’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 오늘 삼성전자 주가는 ‘빨간색(상승)’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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