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박 대통령이 꺼내 든 ‘한국판 양적완화’…안철수의 이유 있는 걱정

입력 2016-04-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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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26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들과 간담회를 했는데요. 그는 이 자리서 "한국판 양적완화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뉴시스)

“한국형 양적완화(QE)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26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 한 말입니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쏙 들어갔던 새누리당의 경제공약을 다시 꺼내 들었네요. 민심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이니만큼 의미가 있을 겁니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그에 앞서 질문하나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양적완화(QE; Quantative Easing)가 뭔지 아십니까? 한 번이라도 국제 기사를 꼼꼼하게 읽었던 분이라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오늘 이투데이에도 스티글리츠 “마이너스 금리ㆍ양적완화에 경종”이란 기사가 담겼네요.

일반적으로 QE란 △기준금리가 0%라서 더는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돈을 푸는 것을 말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이 QE를 통해 미국 경제를 조기에 회복시켰죠. 돈을 막 뿌린다고 해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양적완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말한 ‘한국판 양적완화’는 그것과 다릅니다. 키워드는 구조조정과 가계부채입니다. 엊그제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으로 ‘좀비기업 구조조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공을 넘겨받은 국책은행(산업ㆍ수출입은행)에 쏠리고 있는데요. 한계기업에 물려있는 혈세를 어떻게 거두는 지가 관건이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산은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환부를 도려내려면 그에 버금가는 돈이 들거든요. 정부의 생각은 간단합니다. 산은에 그 돈을 직접 주는 겁니다. 산은이 발행하는 채권(산금채)을 한은이 사는 방식으로 말이죠.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역시 방법은 같습니다.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직접 매입하는 겁니다. MBS에 유동성을 불어 넣어 주택담보대출을 20년 장기ㆍ분할상환으로 유도하는 거죠.

▲어제(26일)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양적완화 검토 발언에 대해 "잘 모르고 한 말씀 같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에 대해 잘 모르시는 듯하네요.”

사실 접근법만 놓고 보면 ‘한국판 양적완화’는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필요한 곳에 돈을 주는 정책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기대보다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는 말까지 했네요. 무슨 의미일까요?

안 대표가 걱정하는 건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한은의 독립성 훼손입니다. 한은이 산금채와 MBS를 사려면 돈을 찍어내야 합니다. 발권력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발권력은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한은의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중 하나입니다. 당리당략에 휘둘려선 안 되죠.

그런데 정부는 한은과 논의도 없이 이 발권력을 동원하겠다고 했습니다. ‘한은이 살 수 있는 채권은 국채와 정부보증채로 제한한다’는 현행법까지 뜯어고쳐서 말이죠. 총선 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나설 게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낸 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과잉 유동성입니다. 한 나라의 통화는 넘쳐나도, 부족해도 안 됩니다.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죠. 앞서 QE를 실시한 미국과 일본은 기축통화 국가입니다. 자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화폐는 한반도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면 시중에 돈이 넘쳐나겠죠. 물가는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질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떠날 테고요. 지난해 12월에 게재된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셋째는 국가신용도 하락입니다. 한은이 산금채와 MBS를 사려면 정부가 빚보증을 서야 합니다. 부채가 늘겠죠. 장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시한폭탄’을 떠안는 셈입니다.

(출처=블룸버그ㆍ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한국판 양적완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든 박 대통령과 우려하는 표시하는 안 대표, 이제 이해가 좀 되나요? “정치 얘기 머리 아파”라며 눈 감으시면 안 됩니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기준금리 인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집 가계부 ‘은행이자’ 항목에 부담을 주는 그 녀석 말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여러분이 챙겨보셔야 할 키워드는 ‘한국판 양적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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